이기주 산문집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생략) 여전히 사람의 눈(眼)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雪)을 판별하고 있습니다."(p52)
눈이 내린다는 판정을
각지역 기상관측소에서 관측소 직원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눈의 양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눈으로 공식 인정한다하니,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기상청을 떠 올리면 설마하는 의문표가 꼬리를 물지 않을 수 없다.
지독히도 아날로그적이니 말이다.
관측하는 직원의 교정시력이라도 기준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런지....
작가는 우리가 첫눈을 기다리는 이유가
"어쩌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첫눈'을 보자마자 오래전 어느날 '첫눈'에 반했던 사람의 얼굴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뜻은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단어때문에 기억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추억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마음과 심리가
모이고 모여서 해마다 첫눈을 재촉하는게 아닐까 싶다." (p53)
라며 낭만적으로 접근해 보고 있다.
작가의 언어처럼, 그냥 메타포적으로 생각해 본다.
"글쎄요, 그래도 첫눈에는 분명 추억과 연정이 스며 있지 않을까요?"
추억을 먹고 사는 우리 삶에서 그리움의 매개체로 첫눈만큼 좋은 단어도 없을 듯 하다.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임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우리 가슴에 새겨 놓는다.
두번째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강렬한 흔적을 말이다.
작가의 첫작품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진 못했지만
사랑에 덧붙여진 아련한 그리움을 떠올려본다.
"새로운 것은 그립지가 않다.
그리운 것은 대개 낡은 것들이다.
혹은 이미 오래전에 내 곁을 떠난 것들이거나" (P202)
이기주 산문집 "한 때 소중했던 것들"을 읽던 오늘
내가 사는 이 곳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다.
첫눈치고는 아주 많은 함박눈이...
이기주 산문집 "한 때 소중했던 것들"
2018.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