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걷이가 끝 난
비탈 자락으로
비스듬이 쏟아지는 햇빛의 거친 입자들이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결에
부딪히며
유리알처럼 잘게 쪼개져
빛을 토해내고 있다.
밭이랑의 곡선이
유영하듯 부드럽게 흐르며
어머니의 품 속처럼
포근하게 주변을 감싼다.
잠시 발 길을 멈추고
살포시 눈을 감아본다.
빛을 머금은 흙내음이
정겹게 코끝을 자극하고 있다.
수확이 다 끝나고
남아 있는건 아무 것도 없는 듯 한데
마음 가득 풍요로움을 느끼는 건
결코 감성만이 아닐게다.
땅은 나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오는걸까?
많은 생각들....
하지만 어렵다.
갑자기
모든 사고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머리속을 하얗게 표백해버린다.
나의 유한적인 사고로는
한계에 부딪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져 오감에 의지하며
그 앞에 무릎 꿇고 경건히 입 맞추는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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