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두달여 동안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좋았다.
인터넷으로 강의 듣고
2회에 걸친 실습을 총신대에서 한 후 양성교육과정 이수증도 챙겼다.
시험 마지막 한 주일은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진지하게 공부도 해보고
그리고 9월9일 결전의 날을 맞았다.
"2017년도 제12회 한국어교육능력검정 국가자격시험"
국가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가 유일한 나!
도전해 보겠다고 한 준비 과정은 신선함과 즐거움이 있었고
한국어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보람도 느꼈었는데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1교시 한국학 1번부터 애매모호하기 시작한 문제는
2,3,4,5...번 문제에서도 내리 답을 못찾겠다.
이렇게 어려운 시험은 생전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
준비 부족만은 탓할 수 없는 나의 무력함.
1교시가 끝난 후 점심시간에는 배가 고픈 지도 모를만큼 멘붕에 빠졌다.
12시반부터 시작한 2교시에는 허탈감에 빠져
집중도가 더 떨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시간 채워가며 교안작성 주관식 1문제까지 마무리하고
15시에 시험장을 뻐져 나왔다.
과연 이 자격증이 60먹은 나에게 다시 도전해야할 만큼 의미가 있는건지
냉소적이고 자조적인 생각을 하며 6호선을 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데
지긋한 연로의 수험생이 말을 건넨다.
어렵게 문제를 내서 합격율을 낮춰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푸념이시다.
봉사 한 번 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이제는 화가난다면 민원을 넣겠다 한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라 맞장구를 쳐줬다.
시험장에서 본 적이 없는 분인데
축쳐진 내 어깨에서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동변상련의 그 무언가를 감지했나 보다.
디지털미디어시티 역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난지 한강공원을 향한다.
오늘과 내일 공연되는
"The Musical Festival in Galaxy" 표를 구할 수 있었기에
먼저 가서 자리잡은 가족들과 합류해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허기졌던 배를 채우고 생맥주를 연신 마시며
목마름 이상의 그 무언가 끌어 오르는 답답한 갈증을 해소했다.
2군데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는 토요일 공연은 9시까지였다.
관객들은 선호하는 배우들을 찾아서 옮겨 다니며 공연을 즐기기도 했는데
음악의 집중도에서는 한계가 있겠지만
오랫만에 만난 가족들과 먹고 떠들며 이제 시작되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이 있다.
1인당 10만원씩하는 티켓의 가치 만큼 효율성은 있는 지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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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나 지나 실망 그 이상의 상실감을 맛보게 했던
시험지를 꺼내 가채점을 해봤다.
객관식 192문제중 115문제를 맞췄다.
합격선에서 5문제나 부족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다.
좀 더 집중을 할 걸. 한국문화는 그냥 놓친 문제가 몇개나 된다.
주관식 1문제 12점중에서 7.5점이상을 획득하면 기사회생 턱걸이인데
그저 요원한 요행수는 버려야지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의 혹시나 하는 기대는 또 사람을 심란하게 한다.
-물론 주관식 답안 작성은 부실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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