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쿼터제 폐지, 축소등으로 한국 영화 산업의 종말까지 운운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개봉되고 있는 한국영화들을 보면서 이제는 경쟁력도 많이 높아졌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은 한국 영화 산업의 자생력이 미국등에 뒤쳐지는건 사실이겠지만
스크린쿼터라는 제도가 자의든 타의든 사라질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다행이지 않나 싶다.
최근 주 단위로 시차를 두며 개봉한 한국영화 화제작 4편중 마지막으로 개봉(2022.8.10)한 영화
헌트(Hunt)- 감독: 이정재, 출연: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한국 개봉에 앞서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어,
3천여 명의 관객들로 가득 찬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다.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긴장감에 런닝타임 125분이 짧게만 느껴지는 첩보 영화인데
1980년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이다.
실제 사건이라고 하면 전두환의 독재, 5.18 민주화운동, 안기부 고문 정도인데
아픈 과거의 시대적 배경 때문에 더 현실처럼 받아 들여지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측면도 있다.
레트로한 분위기도 반향을 일으키기에 좋다.
영화에서 대학생 조유정(고윤정 분)이 한 말로 스포는 대신하려 하는대
이 영화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봐야 더 좋기 때문이다.
유정이가 박평호(이정재 분)에게
'독재자보다 나쁜게 독재자의 하수인이다.'라고 반문 한다.
영화 제목 Hunt와 연계한다면 하수인은 사냥개일 수도 있는데
하수인의 하수인 그리고 그 밑 하수인의 부류중에는 고문 기술자도 당연히 있었을게다.
잔혹한 고문이 횡횡하던 시대였다.
영화에서는 남산에서 행해지는 고문 장면이 리얼하게 많이 나온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인간이 인간으로서는 못할 행위인 고문을 태연하게 자행했을까?
나치전범 '아이히만' 이 생각났다.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을 '악의 평범성'으로 묘사해 논란을 일으켰는데 인간이 아닌 사냥개라고 가정한다면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고문기술자였던 그 누구 역시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한 사람, 아니 사냥개였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건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사유(思惟)는 없었다. 당연히 반성도 없다.
반성은 커녕 자기는 당연한 일을 한 애국자이며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개신교로 귀의하여 목사 안수까지 받았다.
어쩌면 한국의 일부 보수 개신교에서는 그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반공을 외치다가
이제는 그것만으로 집단의 유지가 어려움을 인지했는지 새로운 이슈를 만든다.
예수를 팔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한 '차별금지법 철폐'에
정당성을 입히고 집단을 견고케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원수도 사랑하라' 는 펑범함 진리에 선을 긋고 편을 가른다.
타 종교가 그랬고 빨갱이가 그랬다. 이제는 성정체성, 인종등 자기들과 불편한 관계가 그렇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쳐대던 군중들의 광란적인 장면을 떠 올려 본다.
어쩌면 악의 평범성과 집단지성, 또는 군중심리는 같은 범주에서 논의하는게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의 사고와 맞아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로마가 이교도인 기독교를 승인한 것이나 한국에서 기독교의 성장에는 위정자들의 영향이 크다.
이해 득실이 맞아 떨어지니까 서로가 이용한다. 분명 지금도 진행중이다.
옳고 그름의 평범성을 떠나 힘 있는 자 일 수록 파괴력이 클 수 밖에 없다.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는데
아무튼 한국영화 참 잘만든다는 생각을 하며 재미있게 봤다. 정신 줄 놓고 봤다.
감독의 힘? 아니, 감독으로서의 첫 작품에 대한 동료들의 축하겠지만
주연급 배우들이 엑스트라도 마다하지 않고 참 많이들 나온다.
우정 출연한 황정민, 이성민, 유재명,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등 배우 들을 찾아 보는 것.
그 역시 볼거리다.
영화 헌트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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