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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감은 여름'

책 그리고 영화

by 僞惡者 2022. 7. 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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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남아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 2'가 베트남에서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다. 
사유가 폭력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서라 하는데 속내야 뻔하다.
베트남 최고의 도시 호찌민을 범죄자들이 판치는 부정적 도시로 묘사했으니 말이다. 

이참에 쉽게 접하지 못하는 베트남 영화 한 편을 포스팅 해본다.
하지만 스포가 있어 조심스럽긴하다. 
영화 '눈감은 여름(Nham Mat Thay Mua He, Summer In Closed Eyes ,감독 카오 투이니, 
주연 Phuong Anh Dao, Takafumi Akutsu,2018)'은 영화 대부분을 일본에서 촬영한 마치 일본 영화 같은, 
하지만 베트남 영화다. 한국에서는 금년 6월에 개봉했다.

실제 영화의 배경이 되는 '히가시카와'는 '사진 마을'이라 할 정도로 사진과 관련해서는 일본에서 유명세를 타는 
인구 만명도 안되는 작은 도시다.
영화 내용 역시 주인공들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는 사진이다.

사진에 대해 열정이 많았던 아빠는 엄마와 이혼 후 사진 축제가 많은 일본 히가시카와로 떠났다.
그리곤 눈덮인 산을 뒤로하고 두손을 번쩍들며 환호하는 아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뒷 면에는 '썸머 스노우'는 사실이었어. 아사히 다케, 1998년 6월'이라 적혀 있었다.
엄마는 사진에 빠져버린 아빠를 이해 못했고, 딸에게도 아빠를 이해하지 말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딸은 엄마 몰래 자신이 살고 있는 달랏의 풍경을 찍어 아빠에게 보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보내오는 사진에 설명이 없어졌고 엄마 장례식에도 아빠는 오지 않았다.
결혼을 한 후 같이 일본에 가자던 남친은 결혼식날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딸은 혼자서 사진을 보내오던 발신처 주소와 사진을 챙겨 아빠를 만나러 히가시카와를 찾아간다.
만남, 갈등, 사랑, 그리곤 마주하는 죽음등 내용은 전형적 클리셰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감성에 맞는 잔잔한 울림이 있어 좋았다. 

여주인공 '하'는 아빠가 처음으로 보내왔던 사진의 장소, 히가시카와에 있는 아사히 다케(山)에 올라
화산 활동이 진행중인지는 모르겠는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 -온천지역?-에 카메라 촛점을 맞춘다.
두번째 오는 장소다. 2018년 5월이다.
그리곤 처음 히가시카와를 찾던 일년전, 2017년 6월을 소환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운명적 만남! 목적지에 거의 다와서 버스는 고장으로 멈춰서고 승객이라곤 '하'와 젊은 청년 '아카이'뿐이다.
둘은 시내까지 걸어가는데 캐리어를 끌며 힘들어하는 '하'에게 눈길 한 번 안준다. 아카이는 사람에게 무심하다.
그래도 안스러웠는지 날이 어두워지자 도움을 주며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기다리는 장소까지 안내해준다.

결국 다시 만났을때 '하'가 민선생의 딸인 것을 알게되고
'하' 역시 '아카이'가  아빠와 함께 사진을 하던 제자이자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카이를 통해 아빠가 7년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을 알게되고 묘소도 같이 찾아간다.
그리고 쉽지는 않지만 그를 통해서 아빠에 대한 진실들을 알아간다.
하지만 우연히 사진관 '어느날'을 운영하는 '토모에'씨가 아빠가 재혼한 부인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속인 아카이에게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숨기는 사람이예요'라고 말한다.
아빠의 열정은 사진이 아니라 다른 여자에게 있었다며 아빠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는다.
나로선 결혼식날 남친이 나타나지 않아 궁금했던 이유도 그녀의 회상 속에서 알게된다.

낙심한 그녀가 아사히 산에 오를 떄 뒤 따라온  아카이가 그녀의 앞을 가로 막으며 한장 한장 사진들을 건낸다.
뒷 면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베트남 학생 '듀이안'이 베트남어로 대필해준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아버지가 죽기 전까지도 딸을 사랑했던 내용들과 사연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 뒷면에 적은 글은 아카이가 직접 베트남어로 말한다. '나를 믿어 달라고'

아카이를 만나고 달랏으로 돌아온 후 그녀의 생활에는 변화가 생긴다. 
교사생활을 하며 시간 날 때 마다 사진도 찍고 아카이를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아카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밤에는 다시 만날 날을 준비하며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듀이안'으로 부터 핸드폰 문자가 들어왔다.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내용을 확인한다.
화면에는 유학을 떠났던 도쿄에서 히가시카와로 다시 돌아 왔다는 내용이 클로즈업 된다.
그런데 밝았던 '하'의 표정이 내용을 읽어가면서 점점 어두워 진다.
그리곤 옆에 있던 노트북으로 무엇인가 검색을 시작하다가 한 순간 손가락을 멈춘다.
화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큰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2018년 5월, 버스는 히가시카와를 향해 달리고 잠시 후 '하'는 사진관 '어느날'을 찾아간다.
'토모에'씨는 '아카이'가 남겨논 사진들을 '하'에게 전달해준다.
그 중에는
'하' 사진 찍어도 돼요? 조심스럽게 묻고 그녀에게 허락을 받은 후  
연기가 피어 오르는 산을 배경으로 '하' 상반신을 찍은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어느 날 당신을 다시 만난다면 더 빨리 알아볼 거라고 약속할게요'라 적혀 있다.

화면이 바뀐다.
왜 그녀가 갑자기 히가시카와를 다시 찾아왔는지 이유가 되는 인터넷 기사다.
히가시카와 국제 사진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던 남자 주인공 '유키무라 아카이'의 작품 'If one day'시리즈에는 
그녀의 상반신이 클로즈업된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 하단에는 '어느 날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면 누구를 가장 기억하고 싶을까?'라 작가의 말이 소개된다.
그는 작품을 완성한 후 31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사망했다는 설명도 있다.

1년전 그와 만났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다시 히가시카와를 떠나는 버스안에서 그녀는 독백한다.
'어느 날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면 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이곳에 올것이다'  

여주인공 '하'가 사용하는 펜탁스, 남주인공 '아카이'가 사용하는 니콘 35mm 필름카메라가 정겹다.
최근 레트로풍의 영향인지 필카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건 반갑기도 하다.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기다려야 하는 기대감과 초조함이 교차되던 시간들,  옛 향수가 그립기도 하다.
그녀가 아빠를 찾아 일본에 올 때 아는 일본말이라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도 뿐이다.
그나마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영어가 가능한 게스트 하우스 사장과 편의점에서 일하는 '듀이안'뿐이다.
지도를 들고 지나가는 모자(?)에게 위치를 물어보는 장면은 리얼하다.
일본 특유의 친절이 묻어나는 설명이지만 '하'의 표정이 묘하다. 
어쨌튼 알아 들은 척 고개를 끄떡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간 후 그녀의 표정은 확실히 읽힌다. '아!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 -나 혼자의 상상-
나 역시 수없이 경험했던 일이니까 말이다.
호찌민에서 밤 12시인가 심야 버스로 잠을 설쳐가며 새벽녁 달랏에 도착했던 그리고 3박4일을 보내면서
보았던 풍경들이 영상 속에서 매치될 때 그 역시 감회가 새로웠다.
'히가시카와' 지역도 매력적이다. 사진 관련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하수로 생활할만큼 
청정지역에 자연 경관도 아름답다고 한다. 영월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것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영화 속에서도 영상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충분히 느껴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달랏은 스쳐가는 부분이지만 실제 달랏도 그 못지 않게 아름답다.
아마도 이런 개인적 감정들이 복합돼서 이 영화를 더더욱 포스팅 하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영화 '눈감은 여름' 포스터
2022.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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