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 투어를 신청할 때 쩌우독에서 1박은 share를 한다는게 신경이 거슬렸는데
이번 40여일간의 여행기간중 가장 당혹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한 일을 경험했다.
"혼숙 [混宿] : 남녀가 같은 곳에서 함께 잠, 같은 곳에서 함께 자다." 사전에 나온 단어의 뜻인데
그것도 낯 선 여자와의 원하지 않던 혼숙을 어떤 감정으로 표현해야할런지.
쩌우독의 호텔에 도착해서 가이드는 방이 여유가 없다며 서양아가씨와 내가 한 방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delta floating hotel은 말 그대로 배를 개조해서 메콩강에 띄워놨는데
1층은 프론트, 로비와 객실, 그리고 2층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숙소다.
쩌우독에서 1박을 신청했던 3명중 나와 함께 방을 쓰게된 아가씨 역시 당혹스러움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방에 둘이만 덩그러이 남았을 때 대뜸 영어할 줄 아냐고 묻는다. 못한다고 하니까 침대에 짐을 내려놓곤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프론트 아가씨의 안내로 사원투어를 하고 돌아오니까 방문이 잠겨있다.
- 나처럼 육로 이동과 달리 껀터를 배로 이동하는 여행객들은 사원 관광 일정이 그 다음날로 잡혀있다.-
프론트에는 키를 맡겨 놓치도 않았다. 예비키를 달라고 하니까 룸 키는 1개밖에 없단다.
대책없이 로비에서 20여분쯤 기다려 만난 아가씨 역시 키가 없어 나를 찾고 있었다한다.
결국은 직원이 문을 열어 줬는데 방안에 키를 놓고 자동으로 잠겨 버렸던 것이다.
키는 1개 밖에 없고, 나가려면 누군가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꼴이니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결국은 2층 식당에 같이 올라가 저녁을 먹으면서 통성명을 할 수밖에.
큰 딸 보다 1살 많은 86년생 미국아가씨, 캘리포니아 국립공원에서 근무하고 자연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전에는 웨이트리스로 일했다고 하는 걸 보면 전문직은 아니듯 싶었다.
2주 휴가로 앙코르와 프놈펜을 거쳐 마지막으로 나짱에서 해상 액티비티를 즐기다가 귀국할 계획이라며 나의 여행 일정을 듣곤 부러워도 했는데
자기는 한 번 잠들면 안깨니까 신경 쓰지 말라며 되려 나의 부담을 덜어주기까지 했다.
마침 몇자리 건너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우리와 같이 1박을 하기로 한 네덜란드에서 온 노인분까지 합류해서
맥주를 먹으며 주로 캄보디아에서 느낀 것들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부정적인 인식이었고 나는 거의 듣는 편이었다.
모기장까지 쳐진 열악한 방에서 예민하게 신경을 써가며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곤 아침에 일어나 굿모닝 인사만 건낸 체 아침 식사도 따로했고 오전에 있은 투어도 거리를 두고 다녔다.
왠지모를 어색함을 갖고 인사도 못한체 껀터로 떠나는 버스를 탓는데 낯가림이 유독히도 심한 내 성격탓도 크게 작용을 했다.
미국 아가씨가 그랬을 것 같다.
참 멋대가리 없고 수즙음 많이 타는 이상한 동양 할아버지라고....
숙소 내부의 모습
2014. 11.
숙소 베란다에 나가서 찍은 정경들이다.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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