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멈추면 되는 일이었다.
정해진 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짜뿐이다.
매일 걸어야 하는 이유도 없다.
힘이들면 교통수단을 이용해도 될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걸었다.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걸으니까,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부끄럽다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저만큼 걸으니까, 나도 그만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싶다고 산티아고에 왔지만 결국 그 안에서 남들과 똑같이 걷고 있다.
P42 - 누군가의 카미노말고, 나의 카미노
스물세살 청춘의 아픔을 공감하려 해본다.
우리라는 집단에 길들어져 있는 종족 특유의 결과지향적 성취욕구, 그로인한 강박관념이
나만의 길을 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 요인일 수도 있을거다.
그래도 쉽지 않은 과정 속의 아픔들을 보듬어가며
하루 하루 성숙해 나가는 듯한 모습이 대견스럽다.
큰 딸이 작년 연말에 제주도에 갔다가
종달리 마을 "소심한 책방"에서 사온 에세이 "의외로 간단한 :)"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취업준비생이던 23살 작가가 우연한 기회로 겁없이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야기
"노란, 길, 그리다"이다.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에 빠져 있는 아빠에게 생일선물과 편지, 그리고 함께 들고온 책이다.
1부만 읽었다.
2부, 3부는 지금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삶을 담고 있는 듯 한데
웬지 모르게 그냥 곱게 묻어 두고 싶었다.
분명 제주도의 소박한 정경과 닮아 있을 거라 지레 짐작해보면서.
대신 작가의 홈피를 즐겨찾기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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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가끔씩 가슴이 답답한 듯한 증세가 있다.
몇주전 심하게 앓았던 감기 때문이려나 하고 호흡기쪽 진료를 받았는데 폐에는 이상이 없다고
심장내과 쪽으로 연결해준다.
심전도,심장 초음파,운동부하등 알지도 못했던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애매하다고 하루 입원해서 심장조영술 검사를 해보자한다.
설 지나고 날짜를 잡았다.
2달후에 900여Km 도보 여행 계획이 있다고 넌지시 의사 선생님께 질문을 던져봤는데
돌아온 답변이 신통치 않다. 결과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다고...
술도 변함없이 먹어 제끼고, 활동에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
갑자기 멘탈이 붕괴되는 느낌이다.
가족들이 서울에서 검사를 받자는 성화에 못이겨
결국은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 다시 진료 예약을 했다.
내일 의료원에 가서 예약 취소하고 검사자료를 받아와야 하는데
서울가서 검사하겠다는 이유가 어쩐지 궁색하다.
그건 그렇고
4.18일 떠나기로 한 산티아고 순례길에 차질이 없기를 기원해본다.
책표지, 표지 속장에 있는 저자 자필의 간단한 글귀와 이름,딸내미 엽서 편지 내용까지 한장에..
201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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