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밀란 쿤데라 의 "무의미의 축제"

책 그리고 영화

by 僞惡者 2015. 2. 23. 12:24

본문

"향수" 이후 14년간의 침묵을 깨고 출간된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

140여페이지의 짧은 분량속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답을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P 96)

주인공중 가장 연장자인듯한  라몽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또 한명의 소설 속 주인공인 샤를을 통해 전하고 있는 스탈린 독재시대때의 인물 칼리닌에 대한 은유적 희화는 

주관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조소가 섞여 있는건 아닐까?


주변에서 자주 듣게되는 말이 있다.

"인생 뭐 있어!" 참 시니컬하다.

비굴한 느낌도 들지만 자기 합리화가 섞여있는 나름대로의 처세가 있는 말이다. 

 분명한 것은 존재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또 다른 방식이다.

숙청으로 제거된 사회주의 혁명의 위대한 투사들보다도 스탈린만을 잘 섬기며 오래 버틴 칼리닌의 삶과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작가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서 말하고 있는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 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처럼

삶의 가치를 가볍게 털어버리고 싶은 85세 老작가의 고뇌가 서려 있는 것도 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네명의 친구들 알랭, 라몽, 샤를, 칼리방을 소개하며 작가는 말하고 있다.

신앙이 없는 내 사전에 단 하나 성스러운 단어가 있으니 그것은 우정이다.(P32)

"우정"은 가벼움을 예찬하는 작가의 의도에 어울리는 단어인듯도 하다.

무겁게 느껴지는 사랑의 명제에서 벗어난 사랑의 아류 정도로 가벼움이 느껴지니까 말이다.


무의미의 가치는 책의 말미를 장식하며 뒷 표지에도 소개되고 있는 글 속에 찾아야 할 듯하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은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p 147)


내 삶속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방점을 찍었던 많은 사건들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얼마나될까?

그것보다는 오히려 소소한 일상의 삶 그 자체가 더 소중하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우리가 무의미하다고 치부했던 많은 날들을 사랑하며 살아가야하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다.

"인생 뭐 있어!"

그렇다고 허무하게 그냥 내려 놓을 수는 없지않은가?

의미 부여 여부를 떠나 내가 살아가는 존재 이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계속 되어야한다. 그래서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삶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 추호도 예찬할 생각은 없다.- 부정보다는 긍적 속에서 존재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삶에 있어서 부정보다는 긍정이 더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5. 2.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