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길은 낯설지 않다.
숲속을 걸을 때면 맞닥뜨리는 흙냄새 정겨운 오솔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 잎 소리
개울물 소리와 어루러져 화음을 내는 새소리, 스틱이 바닥에 닿는 소리,
그리곤 나의 발걸음 소리도,
그 길을 벗어나 만나는 구 시가지의 낡고 오래된 옅은 황토빛 건물들,
모든 것들이 일상적인 익숙함이 되었다.
혼자 걸어도 두렵지 않은 것은
북극성보다 더 정확하게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 수없이 많은 이정표들 때문이다.
갈림길 옆 모퉁이에, 나무 기둥에, 전봇대에, 돌 위에 , 건물 벽에, 도로 바닥에...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그리고 또 하나 움직이는 표시판이 있다.
길을 잃고 멈춰서 있으면, 행여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향하려 하면
어딘선가 나타나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표 안나게 순례자들을 주시하고 있는 눈들이 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낯설음에서 벗어나 익숙하고 친근해 졌다.
2016. 5. 2.
옆에 주무시던 아줌마의 밤새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곤 6시35분 동도 트기 전에 서둘러 알베르게를 나왔다.
새벽 공기가 차다. 아니 춥다. 들에는 서리도 하얗게 내렸다.
굽은 손을 호호불며 걸음을 재촉해본다.
7시가 넘어서면서 동녁에 해가 뜨기 시작한다.
카미노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동에서 서로 걷는다.
해를 등지고 걸으니까 해가 뜨면 가고 있는 방향으로 길게 나의 그림자가 드리워 진다.
내가 움직일 때 마다 같은 동작을 보여주는 모습, 이것도 나의 분신인가?
첫번째 마을 아소프라에 도착해 얼은 몸도 녹히며 아침을 먹었다. (6km, 07:45)
밖에 놓아둔 다양한 배낭들의 모습
유리로 씌어진 내부에는 성모자상이 모셔져 있다.
아소프라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 뒤를 돌아다 본다,
천사들의 성모성당이 마을 중앙에 우뚝 서있다.
배낭에 장식된 순례자 표징 조개비, 그리고 표주박
그보다는 꼽아놓은 꽃을 보면서 여성 순례자일거라 생각을 해본다
언덕을 올라가니까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루에나에 접어들면서 처음 마주치는건 새롭게 형성된 현대식 주택들이었다.
시루에나 구시가지 쪽인데 들어가진 않았다. (15.5km, 10:10)
밀 밭과 유채꽃 밭으로 이루어진 주변의 경관은 정신줄을 놓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혼자만 이 풍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세다 마을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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