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멜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 . . .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 . . . . 유치환 <행복>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집으로 날라왔던 우편엽서에
파란색 글씨로 소식을 전하면서
행간에는 빨간색 글씨로 유치환의 시 행복을 적어 보냈던 친구가 생각난다.
벌써 40여년 전의 일인데 내용은 잊혀졌지만 빨간색 글씨의 싯귀만은 기억하고 있다.
감성이 메말라서일까?
아니면 편리한 이기 탓으로 돌려야하나?
엽서 한 장 정성들여 보내는 멋스러움은 없어졌지만 SNS를 통해 가족, 지인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오늘은 기도해 주시는 분들께 카톡으로 소식과 사진들을 보냈다.
그리곤 따뜻한 답장을 받았을 때 가슴 벅찬 감사함을 느꼈다.
사실 행복이라는 것이 이리도 가까이 사소한 것들에 있는데
너무 멀리서 찾으려 하는 그 욕심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께 편지를 쓰며 상대방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인의 행복함이 눈에 그려진다.
주기보다 받기에 익숙해진 初老로 전락해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행복들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며 또 하루의 걷기를 마감한다.
이제 비는 그친 것 같은데 낮기온마저 10도 안팍이라 걸으면서도 한기를 느낀다.
내일은 기온이 조금만 더 올라 가 주었으면
바람이 다소 잦아 들었으면 행복해 질 것 같다.
어쩌면 그것도 지나친 욕심일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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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9일차는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에서 엘간소(El Ganso)까지 27.5km를 걸었다.
2016. 5.13.
오늘도 이른 시간인 6시55분 숙소문을 나섰다
자동차 전용도로 옆으로 대부분 포장이 되어 있는 넓은 길을 걷는다.
이 부근에서 길을 건너 다시 윗 쪽 방향으로 올라 가는데 경사가 가파르다.
건널목 표시가 별도로 없어서 헷갈릴 수도 있는 곳이다.
언덕 정상 위에 올라서면 산토 토리비오 십자가가 있는데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에서 갈라진 루트가 합쳐 지는 곳이기도 하다. ( 9km , 8:55)
멀리 산 후스토 데라 베가 마을과 아스트로가(Astorga) 도시가 보인다.
산 후스토 데라 베가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9:30)
마을을 벗어나면서 보이는 산토스 후스토와 파스토르 성당
아스트로가 마을에 진입하기전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게 산타마리아 대성당이다.
기찻길(철도)를 건너기 위해 설치된 육교다. 자전거 순례자나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지그재그로 만들어 졌고
건너기 위한 시간도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철도를 건너서면 원형 로터리가 보인다.
언덕 위에 위치한 아스트로가는 규모가 큰 성당들이 많이 있었고
한 눈에 봐도 역사가 유구한 중세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14.5km, 10:20)
언덕을 올라서면 왼편으로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오는게 무니시팔 알베르게인데 청소중인가 보다. 못들어 가게 막아놨다.
아스트로가 시청이다.
가우디가 설계한 "가우디의 궁전" 이라 명명된 곳인데 카미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입장료가 3유로인데 들어기지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카스트로 광장 주변으로 산타마리아 대성당과 가우디의 궁전이 있다.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모습이다.
문이 잠겨 있어 들어 가지는 못했다.
만약 이 길을 다시 걷는다면 아스트로가 같은 도시에서는 당연히 1박을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시를 빠져 나온다. (11:05)
발데비에아스 도로변에 있던 공소 같은 곳 -어떤 성인을 모시는 곳 같기도 하고-인데
할머니 2분이 안내를 하신다. 입구 우측에는 한글로 "신앙은 건강의 샘"이라는 글귀도 있다.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 마을이다. (19km, 11:50)
아담한 마을이다. 담장 옆에 있던 벤치에 앉아 과일도 먹으며 오랜 시간을 쉬었다.
마을을 벗어나면서 부터 카미노는 좁은 산 길인데 완만한 경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직선 구간인데 왼편 황톳길로는 차들도 다닐 수 있나보다.
순찰하고 있는 경찰차를 만날 수 있었다.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보니 멀리 큰 도시가 보인다. 아스트로가일게다.
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 마을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 마을은 규모는 작지만 알베르게와 여러개의 식당이 있었다.
알베르게와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곳에서 세요도 받고 점심 식사도 했다. (23km, 12:50)
이 곳은 1,000m 정도로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바람도 많이 분다. 그런 영향이겠지만 제주도 처럼 돌을 이용한 담장들이 많았다
1,000m 고원 위에 자동차 도로와 카미노가 나란히 평행을 이루며 이어져 있다.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이 무료하게 걷고 있는 순례자에게 조금이나마 변화를 준다.
엘간소에 도착했다. 마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황량스럽다고해야 할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성당 때문일 그렇게 느꼈는 지도 모르겠다.
이 곳에는 알베르게가 1개 밖에 없다.
내가 묵었던 Gabino Allergue 다. (bed 8유로) (27.5km, 14:05)
들어가자마자 입구가 주방이다. 숙소는 마당을 가로질러 뒷 편쪽에 있는데 2층으로 되어 있다.
알베르게 주변에 있던 저녁을 먹었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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