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축구 경기중 80% 시간이 흐른 71분 시점에 한 골이 터졌다.
그것도 내가 응원하고 있는 팀이 집어 넣은 골이다.
이제 19분 남았다.
지나온 시간, 그 과정보다 이제 남은 시간에 모든 것이 집중된다.
시간의 가치, 중요성 보다 필요성이 선행한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결과론적인 그 무엇...
90분 전에도 그 무엇은 같았을거다.
단, 변한게 있다면 이길 수 있다는 조급함이 19분의 시간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산티아고 프랑스길 800km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막연함이었다.
이제 얼마 남았을까 계산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는 하는 그 막연함의 동력으로 그냥 걸어왔을 뿐이다.
갈라시아주로 넘어 왔을 때 이정표에 적혀 있던 남은거리 표시 160,948km
그 이후로 계속 줄어드는 숫자.
산티아고가 있는 갈라시아주부터는 몇백미터에 한 번씩 남은 거리를 표시해 주는데
약보다는 독이 되는 듯 하다.
자꾸만 눈길이 간다.
얼마나 남았나 궁금해 진다.
걸어왔던 긴 여정보다는
남은 거리에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중요한 것을 놓치면서 숫자에 길들여진 삶을
카미노 위에서 또 기억하려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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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3일차는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에서
산 마멘데 도 카미노(San Mamende do camino)까지 39km를 걸었다.
산티아고까지 남아 있는 거리가 118,005km란다.
2016. 5.16.
근 1,300미터에 육박하는 고지대에서의 1박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숙소 뒤 편으로 서서이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새벽에 부지런을 떨며 숙소를 나선다. 6시35분이다.
숲 길을 걸어 오늘의 첫번 째 마을인 리냐레스에 내려왔다. (3km, 07:10)
마을을 지나면서 바라 본 동녁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07:20)
해발 1,270m 산 로케 언덕 표시 왼 편으로는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의 순례자 동상이 있었다. (4km, 07:20)
오스피탈 다 콘덴사 마을에 들어섰다. 무니시팔 알베르게 의 안내 표시가 붙어 있다. (6km, 07:40)
마을은 인기척조차 없이 조용하다. 그나마 순례자들의 발걸음, 스틱 긁히는 소리등이 정적을 깨울 뿐이다.
밑으로 구름이 깔려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산행길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감탄사를 자아내개 했다.
그냥 바라만보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
파도르넬로 마을을 지나 포이오 언덕을 오르는 급경사는 힘에 겹다.
1,335m 언덕 정상에 있는 Bar다 .
힘겹게 올라와 맞이하는 정상에서의 휴식은 달콤할 수 밖에 없다. (9km, 08:18)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가 방금 지나온 파도르넬로 마을을 내려다 본다.
몇몇의 순례자들이 보인다. 저들 역시 나처럼 술을 헐떡이며 이 길을 올라올거고
그리곤 지금 내가 맛보고 있는 달콤함에 빠질 것이다.
육체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테니까.
폰프리아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에는 이전 마을에서 배달된 꼬리표 붙은 배낭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죽 힘들었으면 나의 분신과 같은 배낭과 이별해야 했을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12km, 09:00)
좋은 경치를 감상하며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은 힘도 들지 않는다.
걷기에 좋은 구간이다. 신바람도 나고 흥겹기까지 하다.
산골 마을 필로발에 도착했다. (18km, 10:10)
트리아카스텔라 마을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나무인데 한 눈에 봐도 수령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무에 대하여 설명하는 표시판도 있었다. (10:42)
초입에 있는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다. (10:50)
트리아카스텔라 마을 중심가다. 이 곳 Altzenea 알베르게에서 이탈리아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었는데
숙소에 들어가기에는 시간도 이르고 포만감에 젖어 있는 몸도 소화시킬겸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그들과의 인연은 여기까지도 충분했다고 생각하며 (22km, 11:35)
트리아카스텔라 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선택의 기로에 마주친다.
사모스 루트와 산 실 루트인데 산 실루트가 7.2km 짧은 루트다.
난, 산 실루트를 선택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거리가 짧다는 이유보다는 길바닥에 강조된 노란색 화살표 때문이었다.
숲속의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계곡 물소리도 좋고 나뭇잎들이 그늘막을 만들어 줘
뜨거운 한 낮의 햇볕도 피할 수 있었지만 산실까지는 계속되는 경사구간이었다.
아 발사 마을에 있는 있는 알베르게다. (26km, 11:57)
산 실마을에 도착했다. (27.5km. 12:25)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지역이 있었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만난 짧은 구간의 골짜기 같은 곳인데 한기까지 느낄 정도로 시원하고 습했다.
주변 식물들도 이끼류 같은 것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우레라(Furela)마을에 도착했다. (34.5km, 13:50)
이 마을에 도착하기전 언덕을 내려와 마주친 동네에서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풀었는데 아마도 몬탄 마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지역의 정보는 사모스로 가는 루트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답답했던게 많았다.
산 마멘데 도 카미노를 지나면서, 아니 그 이전 마을 부터 몸이 서서이 지쳐가며 짜증까지 나기 시작했다.
그때 길 옆으로 넓은 정원에서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순례자들이 보였다.
새로 open한 Paloma Y Lena 알베르게인데 1인실도 있다.
오랫만에 편한 하루를 보낼 맘으로 1인실을 택했다. <1인실 20 유로(아침 포함), 저녁 10유로>
꼭 1인실이라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마음에 들었던 알베르게다. 6인실은 10유로였다. (39km,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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