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를 걷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 대해서 내가 갖고있던
부정적 편견을 바꾸어준 젊은 부부가 있다.
파리 민박집 같은 방에서 함께 1박을 했고
팜플로나 대성당 안에서 잠시 스쳤고
포르토마린에서는 전망 좋은 강가쪽 숙소들을 전전했지만 full로 방을 구하지 못한 채
언덕 위로 올라 와 마주친 첫번 째 알베르게로 숙소를 정했는데 그 곳에서 그들을 또 만났다.
2층에 있는 침실로 들어 가기 위해선 주방을 거쳐야하는데
식탁에서 점심을 막 끝내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서 1박을 했는데 몸상태가 안 좋아 하루를 더 쉬기로 헀단다.
그래서 또 인연이 이어졌다.
그들이 요리한 매콤함 캐첩 비빔밥을 맛있게 얻어 먹고, 같이 시가지를 둘러보고,
마켓에서 산 소고기로 요리 잘한다는 신랑의 솜씨에 감탄하며
마늘 소스까지 곁들인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이른 저녁을 즐겼다.
또 강변이 바라보이는 공원 잔디밭으로 나가 늦은 시간까지 맥주를 곁들이며 얘기들을 나눴다.
서울에서의 삶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젊음을 보내려 하고 있었다.
순례길 일정도 나보다 타이트한데 여유가 있다.
아프면 짐은 부친 후 천천히 걷고, 그래도 안되면 하루 더 묵고,
완주에 연연치 않고 상황이 안되면 점프-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카미노를 걷고 있었다.
일전에 읽었던
"사람들이 걸으니까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부끄럽다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저만큼 걸으니까, 나도 그만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싶다고 산티아고에 왔지만 결국 그 안에서 남들과 똑같이 걷고 있다."던
젊은 작가의 자조섞인 독백이 떠올랐다.
난, 그 작가의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걷고 있다.
젊은 친구들의 다양성을 공감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 아니 공포감이 맞을 지도 모를만큼 삶이 건조해졌다.
그만큼 오래 살았나 보다.
단, 이 젊은 부부는 함께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
구김없이 밝은 얼굴로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 특히 언어가 안되면서도 온 몸으로 교감하며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있었다.
분명 언어가 안되는데 사귄 헝가리 외국인 친구와 전화로 의사소통을 할 때는
부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맨붕에 빠뜨렸다고 한다.
우리가 이해 못하는 둘만의 정신적인 교감이 있을거라 결론 지었다.
큰 욕심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세상을 배워가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대견했다.
카미노가 끝날 때 쯤이면 더 많이 성숙한 모습들을 서로가 볼 수 있을게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젊음의 성장통을 더 빨리 극복하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거란 확신을 해본다.
페친도 맺었으니까 이 글을 보겠지만 그들을 응원해본다..
-산티아고순례길에 포스팅하는 글들은 걸으면서 매일매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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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5일차는 포르토마린(Portomarin)에서 산 술리안(San Xulian)까지 28km를 걸었다.
2016. 5. 19.
젊은 부부 -나이는 30을 훨씬 넘겼지만 결혼 한 지는 1년정도- 와 함께 알베르게 문을 나선다. 7시10분이다.
포르토마린은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 된 후 언덕 위에 새로 형성되었다 한다.
숙소에서 언덕을 내려가 토레스강을 건넌 후 산 길을 타고 언덕을 올라가는 코스인데
어제 먼저 출발했다는 헝가리 친구가 예약해준 팔라스 데 레이의 숙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내가 먼저 그들을 앞질렀다.
오전내내 약한 비가 오락가락하며 안개가 많이 낀 날씨였다.
곤사르 마을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8.5km, 09:00)
카스트로마이오르 마을에 있는 조그만 성당이다. 문은 닫혀 있었다 (9.5km, 09:20)
도로에서 벗어난 산 길을 따라 능선을 넘는데 제법 높이도 있었고 운무로 인해 시야도 흐렸다
벤타스 데 나론 마을에 있는 소성당 같은데 옛날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었다 한다.
조그만 마을인데 알베르게도 2개나 보였다. (13km, 10:05)
리곤데 마을 갈림길에 있는 건물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스템프도 찍어주며 환영을 한다. 탁자에는 커피와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에 순례자들이 자기 국가를 표시 할 수 있도록 핀침이 비치되어 있었다.
도네이션을 한 후 커피 한잔을 먹었다. 한국어로 된 리플렛도 있었고
건물 오른쪽 외벽에는 "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는 성경 말씀이 붙어 있었다.(16.5km, 10:50)
벽 틈 사이에 새집이 있는 듯 했다.
리곤데 마을을 통과한다. 계속해서 도로 가장자리를 걷는 코스다. (16.5km, 11:05)
포르토스에 있는 알베르게다.
두개로 길이 갈라지는데 카페 왼 편 벽에 노란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이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12:00)
카페 앞에 있던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순례자 같은데 품에 안고 있는 강아지가 귀엽다.
팔라스 데 레이 도심지에 들어가기 전에 만날 수 있는 넓은 공원이다.
왼편에 있는 안내센터에서는 스탬프도 찍어 준다.
팔라스 데 레이 도시 초입이다. 제법 규모가 큰 도시였다.
일단 예약된 숙소를 찾은 후에 젊은 친구들이 도착하면 같이 시내를 구경할 계획이었는데
예약을 한 알베르게가 도심을 완전히 벗어난 곳에 있었고 정문을 수리하고 있었다.
마침 외부에서 차를 몰고 온 주인과 만나 예약관게를 확인하려 했지만 들어갈 수가 없어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2시가 open이니 기다리라 하는데 1시간 이상이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다시 시내까지 되돌아가기도 귀찮고 해서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고 카톡을 보낸 후 다음 마을까지 다시 걷기 시작했다. (25km, 12:55)
팔라스 데 레이 도심을 완전히 벗어나서 있던 조형물이다.
도심을 벗어난 도로 옆을 걷다 다시 숲 속 길로 방향을 틀었다.
산 술리안 마을은 공동묘지와 집이 서너체 밖에 없는 초미니 마을이다.
알베르게를 겸한 Bar인데 맥주나 한 잔 먹고 가려다 분위기가 좋아 그냥 머무르기로 했다.
인상 좋은 털보 할아버지가 내 크레덴샬에 찍혀 있는 도장들을 보더니 프랑스길을 완주한다며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빨래를 해서 밖에 널어 놓고 bar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서는 무언가 특별히 할만한 일이 없었다. 오후에도 비는 오락가락 하기를 반복했다. (28km, 14:00)
O Abrigadoiro 알베르게 (bed 1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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