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카미노 26일차 (산 술리안~살세다)

산티아고순례길

by 僞惡者 2016. 7. 20. 18:23

본문

누군가 한 발 짝 다가오려 하면 난 뒷 걸음쳤다

같이 섞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카미노 위에서 혼자이고 싶었다.

좋아하는 노래도 듣지 않았다.

그 언젠가 큰 딸과 둘이서 등산을 갔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 모습에 딸은 어이없어 했다.

왜 같이 왔냐고.

혼자 있을 때 더 생각나는게 음악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음악 역시 혼자 있는 것을 방해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음악을 만든 사람, 연주자노래하는 사람과 같이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카미노 위에서의 만남들보다는 

나 자신만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선택했다.

온타나스에서는 활달한 프랑스 아줌마와 합석해서 저녁을 먹었다.

내 이름을 외우느라 여러 번 반복을 하더니 자기 이름도 기억해 달라고 몇 번을 말했다.

와인 잔을 부딪치며 이름을 기억하는지 되묻기도 했다.

내일 아침 다시 보게 되면 아침 인사와 함께 이름도 불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아줌마의 밝게 웃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이름이 뭐였지? 흥부가의 화초장이 생각났다. 화초장? 장화초? 초장화?.....

엠마였던가? 아니 3자리 였던가?

외국의 영화배우 이름은 잘도 외우면서...

나의 깊은 내면 속에는 이 길에서 타인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씩 나에게 아는 척을 하며 반가워 하는 분들..

하지만 대부분 내 기억에는 없는 분들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카미노는 그랬다.

혼자 걷고, 밥먹고, 잠자고, 길 위에 주저앉아 멍을 때리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

그래서 더 혼자 있고 싶은 길이라고.

  - - - - - - - - - - - - - 

산티아고 순례길 26일차는 산 술리안(San Xulian)에서 살세다(Salceda)까지 37.5km를 걸었다.

 
2016. 5. 20.
 

아직 사위는 어둠이 강한 6시55분 숙소를 빠져 나온다.

숲 속길은 안개가 짙다. 

 

폰테 캄파나에 있는 알베르게를 지난다. (07:05)

 

 

 

 

 

 

오 코토 마을이었던 같다. 거리는 조용했고 순례자들도 거의 없어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가면서 걷는다.

걷는내내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5.5km, 07:55) 

 

레보레이로 마을에 있는 성당이다. (6.5km, 08:08)

 

 

 

 

 

 

다리를 건너 푸레로스 마을에 들어 왔다. 성당은 open되어 있었다. 크레덴셜에 스템프를 찍고 성당을 둘러본다. 

그리곤 성당 앞에 있는 카페에서 뿌옇게 안개 낀 성당을 바라보며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10.5km, 08:55)

 

 

 

 

 

 

 

이제 아침을 시작하는 멜리데 도시 중심가에 들어 왔다.(12km, 09:25)

도로변에 있는 청과물 가게에서 오늘 먹을 과일들을 사서 배낭에 집어 넣었다.

 

구시가지에 시작되는 곳이다.

 

 

 

 

 

보엔테 마을에 있는 성당이다. 이 곳에서도 스탬프를 찍었다. (18km, 10:45)

 

 

 

도시를 벗어나면 펼쳐지는 꽃들이 만발한 전원 풍경은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산티아고가 가까워 질 수록 순례자들도 부쩍 늘어 났다. 

 

 

 

 

 

다리를 건너면 리바디소 디 바이쇼 마을이다. (23.5km, 11:50)

 

 

아르수아 도시다. 구 시가지는 시내를 통과해서 만날 수 있다.

 

왼 편 쪽 골목이 카미노가 이어지는 구시가지다.  (26.5km, 12:30)

 

구 시가지 오른편 쪽으로는 광장이 있다. 이 곳에 있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갈라시아 지방에서 유명한 문어 요리다. 포크보다는 제공해주는 이쑤시개로 찍어 먹는게 훨씬 편하다.

 

 

 

아르수아를 벗어날 때 쯤 시간은 오후 1시40분쯤 되었고  기온은 거의 20도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걸어 온 거리 역시 27km나 되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멈추고 도시 구경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내는게 맞는 거 였다.

하지만 내일 산티아고를 4.5km 남겨두는 직전 마을 몬테 도 고소까지 갈 욕심으로 무리를 해가며 더 걷기로 했다.

 

 

 

 

멀리 지나 온 아르수아 마을이 보인다. (14:00)

 

 

 

 

 

 

 

살세다에는 2개의 알베르게가 있다. 

왼 편으로 도로를 건너 몇 백미터 들어가면 있는 알베르게가 가격은 좀 비싸도 좋을 것 같아

지친 다리를 끌며 찾아가려 했으나 중간 쯤 포기하고 말았다.

커플 순례자가 되돌아 나오고 있는데 full이란다. 

침대도 8개 밖에 없는데 인기 있는 사립 알베르게들은 미리 예약들을 하기 때문에 잡기가 쉽지 않다.

사립 알베르게들의 상업화로 시설도 좋아지고 예약시스템도 생기면서 순례자들이 편해지는 점은 있지만

순례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것은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나마 공립 알베르게들이 시설은 현대화 하면서도 싼 숙박비를 유지하고 

편리보다는 전통 방식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다시 도로를 건너 200여미터 정도 앞 도로변에 있던 알베르게에는 자리가 있는게 다행이었다. 

El albergue de Boni (37.5km, 15:55) (bed 10유로)

숙소앞 카미노 표지석에는 산티아고까지 27,478 km가 남아 있다고 적혀있다.

순례길중 맥주를 가장 많이 마셨던 하루였을 것 같은데 갈증이 멈추지 않을만큼 덥고 힘든 하루 였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