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집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너무나도 식상한 Why are you camino? 많은 질문을 받았다.
휴학을 한 후 카미노를 걷고 있던 독일 청년이 이 물음을 던질 때의 진지했던 표정이 인상에 남는다.
어쩌면 그의 연인,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썼던 전형적 독일 이미지 여학생의 호기심 많던 눈망울이
더 기억 속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항상 진지했다. 3~4일간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반복하며 길 위에서 만났다.
그리고 성당을 구경할 때, 저녁 미사 시간에도 자주 스쳤다.
특별한건 없다고, 가톨릭 신자로서 한 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대화할 능력이 안됐고, 또 사실이 그렇기도 했다.
여학생은 신자가 아니었지만 이 길이 끝나고 돌아가면 친구를 따라서 천주교신자가 되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통해서 또 다른 변화를 원한다. 그리고 내적인 면에서 동기를 찾으려고 한다.
어떤 중년 미국인은 산티아고가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도시라서 이 길을 통해 찾아 간다고했다.
참 단순하다. 어쨋튼 이유가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이 길을 통해서 단시간내에 무엇을 얻고자 하는 조급함은
결국 자기 합리화의 모순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What did you get camino?
아직은 미완으로 남겨두자. 얻는 것이 없으면 또 어떠랴?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그게 최고지.
십여년전 카미노의 흑백사진에 매료되어,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이
현실로 이루어진 오늘에 감사하고 싶다.
여기는 프랑스길 800여km를 27일동안 걸어와 도착한 곳,
예수님의 12제자중 한 분 야고보 성인이 잠들어 계신 곳,
별이 쏟아지는 들판이라는 의미를 가진 바로 그 곳!
저녁부터 많은 비가 퍼붓고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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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27일차는 살세다(Salceda)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28.5km를 걸었다.
2016. 5. 21.
산티아고 대성당 (도착 한 날 사진보다 다음 날 찍은 사진이 맘에 들어 첫 번째로 올림)
6시45분 숙소를 나오면서 언제 어떻게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것이 최적일까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도착 4.5km지점인 몬테 도 고소까지 가서 멈추고, 내일 아침 일찍 들어가 주일,순례자미사를 함께 드릴 계획이었으나
오늘 저녁 비 예보도 있고해서 최대한 빨리 입성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살세다를 조금 벗어나서부터는 도로를 옆으로 끼고 산길을 걸었다. 큰마을도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위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숲속 길로 들어 가기 직전
도로변에 있던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많은 순례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숲 속에 있는 산타 이레네 소성당을 지난다. (5.5km, 7:55)
라바코야 인근에 있던 공동묘지인데 이 곳부터는 한국인 순례자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18.5km,10:55)
산 마르코스마을이다. 이 곳에서 몇백미터 올라가면 몬테 도 고소다.
몬테 도 고소 옆에 있는 소성당에서는 미사가 집전되고 있었다.
몬테 도 고소에 있는 기념탑인데 요한 바오로 2세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한다. (24km, 12:07)
몬테 도 고소에서 언덕을 내려와 산티아고 표시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공원을 지난다. (12:33)
구 시가지 인근에 들어오면서 멀리 산티아고 대성당 첨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13:02)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대성당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곤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나였지만 다른 순례자에게 부탁을 해 인증샷을 남겼다. (28.5km, 13:15)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6일이나 앞당겨 도착을 했다.
이 곳에 서면 내면에서 무언가 큰 울림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덤덤했다. 이상하리만치 차분한 감정이었다.
2016년 5월21일 토요일 오후 1시 15분, 날씨는 흐리고 기온은 13도였다.
하지만 산티아고에 도착했다고 안도하며 감회에 젖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인증서를 받아야하는데 순례자사무실을 몰라 10여분이상을 찾아 헤맸다.
순례자사무실은 대성당을 등지고 오른편에 있는 호텔의 경사진 도로를 조금 내려가 다시 우측편 도로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하얀 건물이 순례자 사무실인데 첫 날은 경황이 없어 다음날 찍은 사진이다.
입구에 있는 경비원에게 인증서를 받으러 왔다고 말하며 크레덴샬을 보여준 후에 통과 할 수 있었는데
계단 아래부터 늘어선 줄은 긴 복도까지 몇백미터는 됨직했고 2시간이나 걸려 인증서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증명서, 거리인증서, 원통 (인증서 넣는 통)까지해서 총 5유로를 받는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건물 내부에 있던 소성당의 모습이다.
점심까지 굶어가며 인증서를 받는건 해결했는데 또 그 다음이 문제였다.
성당 주변으로 당연히 알베르게가 있을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맞아 떨어졌고 서서이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판초우의를 꺼내 입었다.
그리곤 비를 맞아가며 상가 점원들 ,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알베르게가 있나 물어봤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뜸해졌다.
나에게 알베르게에 대한 정보는 생장 사무실에서 준 유인물이 전부였는데 산티아고에 13개의 알베르게가 있었다.
다행히도 지나가던 사람이 유인물을 보고 그중에 무니시팔이라고 찍어 준 곳을 구글맵을 이용해 찾아갔다.
산티아고 성당에서 근 1k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지금까지 묵었던 알베르게중 규모가 제일크다.
예전에는 큰 수도원이나 성으로 사용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자리도 남아 있는게 그리 많지 않은 듯 했다.
나중에 찾아왔던 여자 순례자는 자리가 없어 쏟아지는 비를 맞아가며 발길을 돌리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게 안스럽기까지 했다.
저녁때는 다시 대성당까지 가서 미사를 보고 쉽게 찾을 줄 알았던 숙소의 길을 잃어 버려 또 한참을 헤맸다.
비는 폭우로 변했고 밤새도록 그칠줄을 몰랐다.
Seminario menor Asuncion 알베르게 (Bed 10유로)
숙소는 1층 침대인데 락카도 있고 눈치 빠르면 담요도 이용 할 수가 있다.
지하에 있는 매점과 주방도 규모가 크고 왠만한 요리 부식거리도 이 곳에서 장만 할 수가 있다.
3일까지 사용이 가능한데 나는 2일을 사용하기로 계약을 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토요일 저녁 7시 주일 특전미사를 드렸다.
숙소를 나올 때 부터 비가 쏟아져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후 샌들을 신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제대 정중앙 하단에 산티아고(성 야고보)상이 모셔져 있다.
그 유명한 보타푸메이로 강복 의식 모습이다.
향을 피운 대형 향로가 제대 앞에서 좌우로 반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 의식을 하게 된 유래는 순례자들에게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미사가 끝난 시간이 20시30분 경이었는데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있다. 성당 문 앞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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