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은 무엇일까?
바로 오늘같은 날의 연속이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순례 32일째, 이제 걷기를 마감한다.
어쩌면 루르드에서 순례자증명서를 받을 때부터 35일간의 여정이었다.
사람이 변변치 못하다보니
걱정하며 기도해주신 분들께 너무 고맙고
이외로 약골이 아닌 몸을 주심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에서는 10km만 걸어도 온몸이 녹초가 되곤했는데
이곳에와서는 10여kg의 배낭을 짊어지고 하루 30여km씩을 한달간 걸었는데도
발바닥에 물집하나 잡히지 않았으니 말이다.
정신력보다는 환경적인 여건이 크게 작용했을거고
나에게 맞는 신발, 배낭등 장비도 한 몫 거들었을거다.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집사람이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었다.
나는 오늘 카미노 길 0,00 km 표지석이 있는
이 곳 피스테라 파로(Faro)에서 망망대해 대서양을 바라보며 숙연해진다.
그리고 주님께 기도 한다.
내가 정말 행복한 사람임을 알게 해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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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2일차는 묵시아(Muxia)에서 피스테라(Fisterra)까지 29.3km를 걸었다.
2016. 5. 26.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아쉬웠던 것들만 더 생각난다.
너무 급하게 걸었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즐거운 마음을 더 많은 웃음으로 표현 할 수 있었는데 ,
더 많이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었는데....
오늘 하루라도 잘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져보며 숙소문을 나선다. 6시45분, 모처럼 날씨가 좋다.
계속 해안을 따라가면 좋으련만 길은 바다를 등지고 산으로 올라간다. 경사도 심하다.
표지석의 카미노 조개표시는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있다.
대신 기둥에 있는 화살표가 M, F로 묵시아와 피스테라 방향을 알려준다.
모르쿠인티안 마을 표시가 있다. (9.3km, 08:35)
묵시아와 피스테라 사이를 이동하는 순례자들은 같은 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간 쪽으로 갈수록 자주 마주치게 된다.
서로가 반가워하며 올라 ! 부엔 카미노! 인사를 한다. 따뜻하다. 그리고 정겨움이 묻어난다.
모두들 지금 가고 있는 곳이 순례의 마지막 지점이 될텐데, 그만큼 많이 걸었을텐데도 지친 모습들은 안보인다.
리레스(Lires) 마을에 있는 성당이다. (15.7km, 10:00)
리레스 해변으로 가는 표시판도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 가다가 처음으로 길을 놓쳤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길을 물어보니 포장도로로 가면 피스테라까지 8km라고 한다.
그래도 다시 길을 찾고 싶어 산쪽으로 올라가 꽤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싶었는데
나를 앞질러 빠르게 가던 사람이 내 뒤에서 오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지름길을 찾았던건지....
안되면 포장도로로 가면 되기 때문에 길을 잃었어도 큰걱정은 안했지만
지금까지 의지해왔던 카미노 표지석을 못만나면서 마지막을 장식했다면
깨운치않은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카미노 표지석을 다시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은 이 길을 경험해 본 순례자라면 공감할 것 같다.
묵시아를 가려면 언덕을 내려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한다.
피스테라에서 묵시아로 이동하는 순례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헤르메데수소(hermedesuxo)마을이다. (25.7km, 12:10)
산 마르티노 데 두로 마을에 있는 성당인데 이곳에서 피스테라 중심까지는 1.7km를 더 가야한다.
피스페라 무니시팔 Xunta de Galicia 알베르게다. (bed 6유로) (29.3km, 12:50)
13시30분부터 open이라 배낭을 줄 세워 놓고 기다렸다. 접수는 1시20분부터 시작했는데
묵시아에서 피스테라까지 순례 인증서를 무료로 발급해준다.
알베르게 바로 옆이 버스터미널이다.
이 곳은 묵시아만큼 아늑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항구가 예쁘고 그 주변에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알베르게 앞에 있는 여행사에서 산티아고행 버스표를 예매 할 수 있는데 날자, 시간이 정해진게 없는 티켓이다.
(산티아고 편도 13유로)
평일에는 첫차가 8시20분이고 토,일요일에는 9시45분이다. 1시간30분정도 소요된다.
세상의 끝이라고 말하는 파로(Faro)까지는 다운타운에서 3km정도 걸린다.
사실 석양을 보면 좋겠지만 섬머타임까지 있어 밤10시는 되야 해가 넘어가기 때문에 포기하고
저녁을 먹은 후 서둘러 오후 6시쯤 출발을 했다.
2016. 5.26. 18:48 산티아고 표지석 0,00km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신발, 옷가지등을 태우며 카미노의 마지막 여정을 끝낸다.
하지만 나는 숙소에 짐을 놓고 왔기 때문에 태울게 없는게 아쉬웠다.
뭔가 추억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성 싶긴한데....
혹자는 환경 오염등으로 소각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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