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을 떨며 숙소를 나올 때
새벽의 푸른 빛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한 것도 잠시,
지나가는 비려니 생각했던 희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세찬 빗줄기는 한시간이나 지속되었다.
하루종일 비는 오락가락하며 발걸음을 무겁게했다.
오늘 숙소는 경사진 산등성을 긴시간동안 올랐고
산 아래에는 깊은 계곡도 있어 상당히 높은 고지대라 생각을 했다.
풍력발전기도 많이 설치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고도계가 290m를 가르킨다.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가보다.
참 상대적이다.
어플 고도계에 나타난 숫자의 절대치가 아니었다면
오늘 내가 묵고 있는 이 지역을 엄청나게 높은 고지대라 생각했을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상대적인 것에 의해 비교되고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눈치만 늘어나는 세상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 경지라면 범인(凡人)의 영역은 벗어나는걸테니
내가 넘보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치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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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0일차는 빌라세리오(Vilaserio)에서 오 로고소(O Logoso)까지 27.3km를 걸었다.
2016. 5. 24.
오늘도 이른 아침인 6시40분, 숙소문을 열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코르나도 마을로 들어가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코르나도 마을 길가에 있는 작은 목장이다. (2km, 07:05)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멀리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길래 금새 그치겠거니 했지만 갈수록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길가에 노부부가 서빙을 하는 조그만 카페에서 아침을 먹으며 TV를 보니 일기예보를 하고 있다.
화면 그림만 봐도 이 지역에 많은 비가 쏱아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비를 맞으며 걸어왔기 때문에 젖은 판초우의와 배낭은 처마 밑에 놓고 카페에 들어갔다. (08:40)
카페를 나와서 몇 백미터를 걸은 후 길은 큰 도로에서 벗어나 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멀리 보이는 것이 바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거리상으로 아직 바다를 보기는 이른 것도 같고 그쪽을 거쳐서 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확인은 못했다.
길가로 폰테 올베이로아 마을이 있다. 3거리 코너에는 규모가 큰 알베르게도 보였다. (21.6km, 10:55)
올베이로아 마을은 그리 크지 않은데 비하여 식당과 알베르게는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점심을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24.6km, 11:30)
올베이로아 마을을 빠져 나오면 공원이 있고 길 옆 담벽의 그림도 시선을 끈다.
오 로고소로 가기 위해서는 산 위로 이어지는 비포장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근 3km 이상 이어지고 걷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산 위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날개 짓 소리, 계곡 아래 저수지로 흘러 들어가는 계곡의 물소리,
한가로이 들판을 거니는 목장의 말들을 보면서 걷는 시간이 그리 무료하지는 않았다.
오 로고소 역시 집이 몇채 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산골 마을이다. (27.3km,
마을 초입에 있는 Albergue. O Logoso 다. 시설은 깨끗하고 맘에 들었다. (bed 1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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