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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마음을 품은 집"

책 그리고 영화

by 僞惡者 2016. 12. 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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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품은 집 -구본준 저, 서해문집-은 책 뒷 표지의 서평에도 나와 있듯이

"건축에 담겨진 아름다움은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아무나 읽어내지 못한다"

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한다.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건축물들에는 story가 있다.

"세월이 쌓이면 어떤 건물이든 가치를 갖게 된다."고 얘기한다.

그것이 좋던, 아니면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나쁘던,


작가는 꿈, 밥, 일, 책 같은 한 글짜리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집을 가장 좋아해 건축기자가 되었다고도 소개하고 있다.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단편소설의 내용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졌지만 제목은 못찾겠다.

러시아 작가였던 것 같은데

얘들이 많아 집 구하기가 어려운 엄마를 위해 동생들을 죽이는..

여하튼 뭐 그런 스토리도 있었던것 같은데...

아주 오래전에 어디선가 분명히 보면서 가슴을 멍하게 했던 내용이었다.

어쩌면 기억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좁은 땅 덩어리,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라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집의 개념은 무엇일까?

이 책의 부제처럼 "희로애락"이 교차되는 요원함은 아닐까?


노란색 책 표지 하단에는 부조화스러운 흑백 사진이 있다. 

기존 건물의 구조와 새로 증축한 부분이 만나는 계단인데 미래를 암시한다고 했다.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계단의 흑백사진이 생각나 책을 찾아봤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의 박종철 열사 사건이 발생되었던 

그 유명한 남영동 대공분실의 나선형계단이다.

사진에 대한 설명에는

"피조사자들이 방향 감각을 잃게끔 나선형 계단으로 만든 옛 남영동 대공분실 계단은

한국 건축의 풍운아라 불린 김수근의 작품이다"라고 쓰여져 있다.

"서울을 다시걷다.-권기봉 지음"-

이 계단 역시 또 다른 관점에서 기억되어야 할게다.


고문까지 염두에 두며  건축 설계를 하지야 않았겠지만 

많은 정부 건물을 설계했고 대공분실까지 그의 작품이다 보니 

독재권력과 유착했던 것 아니냐며 두고 두고 욕을 먹게 되는

김수근(1931~1986)은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스타 건축가중 한 분이다. 

경동교회, 불광동 성당,마산 양덕성당, 서울 원서동 공간사옥등 많은 대표작들이 있으나

왜색시비로 논란을 일으킨 옛 부여박물관등을 비롯해 

부정적인 면에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분이기도 하니

한국 건축의 풍운아라는 별칭도 들을만하다.


서두에 작가는 

"건축은 미술도 디자인도 아닌 인간의 모든 것을 담은 그릇이다.

우리 마음이, 우리 과거가, 우리 꿈이 건축을 통해 만들어 지고 남겨지고 이어진다.

건축과 친해지면서 나는 집을 통해 인생과 역사, 문화와 사회를 비로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생겨 너무 좋지만 그래도 진아양이 살고 도서관이 없는 것이 더 좋았을거라는

동네 주민의 메모가 코를 찡하게 하는 "이진아 기념 도서관"부터 시작해

작가는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희.노.애.락 관점의 소타이틀로 4건씩 총 16개의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다.

락(樂)편에 소개되는 왕의 정자, 정자의 왕을 만나다의 창덕궁 정자편에 등장하는 정자들,

부용정,관람정,승재정,존덕정,소요정,청의정,태극정,애련정,펌우사,능허정,상량정등...

창덕궁에 정자들이 이렇게 많았었나? 새삼 놀랍다.


"창덕궁에서 우리는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조선시대 임금이 되어 창덕궁 후원을 거닐며 각양각색 정자마다 다른 분위기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을 들고 창덕궁을 찾아 정자를 둘러보며 잠시나마 왕이 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성탄선물로 받은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2016.12.27.

남영동 대공분실의 나선형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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