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 슬로운(Miss Sloane) <감독 존매든, 제시카 차스테인(엘리자베스 슬로운 역), 미국, 2016>
병적일 정도로 일에 대해서 집착이 강한 승률 100%의 로비스트,
자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을듯한, 피도 눈물도 없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슬로운이
결국은 무너질거라고 생각했다.
결코 '악은 선을 이길 수 없다'는 진부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영화인줄 알았다.
하지만 작전명 '지진'으로 시작되는 후반부의 대반전은
거대한 쓰나미가되어 나의 성급한 예단을 함몰시켰다.
예상치 못한 후반부의 감동은 다시 보아도 또다른 느낌으로 전율이 왔고
빠르게 전개되는 앞 부분은 다시 보아야만 충분히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만큼 스토리 전개가 탄탄하다.
총기규제 강화 입법안을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 슬로운의 모습은 바위에 계란치기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총기규제 강화를 위해 활동하는 브래디 캠페인의 총 예산이 총기 로비의 구두닦는 비용보다 적다고 얘기할만큼
그녀 자신도 승산없는 싸움인 것을 안다.
사실 그녀가 부와 명성이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승산없는 이 싸움에 뛰어드는 동기를
더 큰 승리 욕구나 경력을 쌓는걸로만 이해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게 아쉽다.
그녀는 이 싸움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을 배신하고 자기자신 마저 미끼로 던질만큼 사활을 거는데 말이다.
미끼가 아니라 가미가제의 자살폭탄처럼 모든 것을 내 던지는데 말이다.
로비란 선견지명이죠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꾸미는 것
승자는 적보다 한 발 앞서 구상하고
자신의 카드를 적의 카드 직후에 내죠.
그건 적을 놀라게 해야하고, 적에게 놀라지 않는 거죠.
로비스트로서의 자신의 신념을 얘기하며 연방의회 청문회에 앞서 변호인과 말을 맞추는
슬로운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변호인은 이 얘기를 청문회에서는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 말은 청문회에서 작전명 지진으로 시작하는 대반전의 신호탄이 된다.
'신의 한 수'처럼 감동을 주면서 말이다.
신념의 로비스트는 자기 승리 능력만을 믿어야한다는 슬로운의 확신에 찬 말에
신념의 로비스트는 자기 자신의 능력만을 믿을 수는 없다는 메모를 건내며 맞받아치는
슈미트(마크 스트롱 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정직하다는 로비스트 회사의 CEO고 그녀는 이회사로 자리를 옮긴다.
결국 이 메모는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등장하며 감동을 준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 무장할 수 있는 권리는 제1조 종교와 표현의 자유와 함께
미국인들에게는 절대 침해 받을 수 없는 기본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다.
하지만 최근 수많은 총기 사고로 인해 법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총기협회의 로비는 총기규제 법안이 미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10여년동안 미국의 무기를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가 한국이고
그 규모 역시 36조가 넘는다는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다.
한반도 배치 사드 비용을 청구한다느니, 미군 주둔 비용을 올려 달라느니하는
트럼프의 계산된 발언은 결국 미국산 무기 구입을 요구할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자국민마저 볼모로하는 그들인데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에
분명히 무기상들의 로비영향도 작용하지 않았나 걱정스럽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국지전에 미국 무기상들의 입김이 작용해왔다는 추측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하고..
영화에서는 이들을 돈이라면 나라도 팔아먹을 수 있는,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쥐새끼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는 추격전이 벌어지는 화려한 액션신도 없고
달콤한 사랑놀이도 눈요기거리도 없다.
그녀가 돈을 주고 사는 남창과의 섹스는 건조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2시간이 넘는 시간을 화면에 몰입하게 한다.
무색무취한듯한 영화 제목 미스 슬로운은 이 영화의 내용처럼 예측불허를 내포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그녀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 어딘가에 시선을 꽂는 마지막 장면.
그 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미스 슬로운 홍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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