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은
그를 비난하는 글을 책에 올렸다고 영국 고등법원에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제기한다.
피고는 글을 쓴 유대인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와
책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이유의 펭귄북스 런던 출판사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미국이나 한국의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한 재판과정과 반대로
원고가 잘못이란걸 피고가 입증해야 한다.
영화 Denial(나는 부정한다) -감독: 믹 잭슨, 2016년작-은 홀로코스트 진위여부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법정공방 실화를 드라마한 영화다.
영국에서 만난 일부 유대인단체는 데이빗 어빙에게 이용당하며 그의 명성만 높여주는 계기가 될거라고
그녀에게 타협을 권유하기도 한다.
재판 시작전 비오는 밤 조깅중에 보아디케아 상 앞에 멈춰서서 가쁜 숨을 몰아시며 동상을 쳐다본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히틀러를 숭배하는 과격 극렬분자등 제3세계 사람들을 등에 업고 변호사없이 혼자 변론을 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자기가 승리할 것이라며 언론플레이까지 하는 교활한 데이빗 버빙과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지만 재판에 불리하다며 당사자인 본인은 정작 말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변호인단의 전략이 데보라 립스타트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지만,
그래서 더 마음고생을 해야만 하는 길고도 힘겨운 재판이 전개된다.
재판 시작전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법정변호사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스)은
여기에 순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사건을 준비하러 온거라며 다소 낯선 행동을 하고
함께 간 사람들은 그의 감정없이 냉냉하고 무례할정도로 사무적인 말에 냉소를 짓는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나서 주인공이 사과를 하지만....-
폭파된 가스실을 지나다가 리처드는 무언가에 의해 통증을 느끼며 소리를 지른다,
녹슬은 와이어 매쉬의 파편이 발바닥을 찌른 것이다..
그는 파편을 그의 집무실에 가져와서 그것을 통해 당시 그들의 아픔을 더듬어보는 매개체로 삼는다.
2000년4월11일 최종 판결이 있는 날 법정 앞은 수많은 기자와 편 갈린 동조세력들의 시위로 아수라장이다.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한다.
'역사적 기록을 왜곡한 것은 의도적.........(중략) 본 법정은 피고 승소 판결을 내린다.'
역사적 진실이 왜곡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다.
승소 후 인터뷰에서 데보라는 그 곳에서 학살당한 분, 생존하신 분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여러분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고통의 목소리는 전해졌습니다.' 라고.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열정을 다바친 변호사들도 인상적이다.
돈이나 명예보다도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을게다.
보조변호사가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자료를 정리하는 걸 지켜 본 남편은
홀로코스트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냐며 짜증을 낸다.
어느 시점이 되면 그만둘줄도 알아야지, 집착이다. 대체 몇년동안 불평을 하느냐며...
우리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다.
위안부 문제가 그랬고,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이 그랬다.
리처드가 데보라와 대화중
'왜 모든 악한 사람들이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을 갖게되는 걸까요?'라고 질문하는 장면이 있다.
그래 맞다. 권력자가 그랬고, 기생한 측근들이 그랬고, 돈있는 자가 그랬다.
영화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패소한 데이빗이 TV 인터뷰에서 홀로코스트 부정을 멈출것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억지스런 자기 합리화로 일관한다.
TV를 보던 데보라가 말한다.
이제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에서 판결부정론자 바뀌었다고..
영국의 머무르는 호텔에서 나온 주인공이 조깅을 하면서 웨스트민스터 브리지를 건넌다.
그리곤 재판을 시작하기 전처럼 다시 보아디케아상 앞에 멈췄다.
로마제국에 대항했던 대영제국의 상징 보아디케아를 위해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알버트공은 동상을 세웠다.
전차를 타고 강간당한 두딸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모습이다.
투쟁과 복수의 상징이며 전사인 이케니의 여왕 보아디케아와 데보라는 닮은 점이 많다.
그런 그녀가 악마같이 교활한 데이빗의 왜곡된 변론을 마주하면서도
증인석에 올라가 하고 싶은 울분을 토해내지 못한 그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하지만 재판에서 이긴 후 동상을 바라보는 그녀에게는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다시 영상은 패망 직전 증거 인멸을 위해 독일군이 폭파시킨 아우슈비츠 가스실 자리로 바뀐다.
사건을 준비하기 위해 찾았던 바로 그 곳으로.....
홀로코스트의 상징적 장소,
한 사람의 광기에 의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곳에서 숨졌던 수많은 사람들...
가스를 주입하기 위해 만들었던 와이어매쉬 기둥 철사의 파편이 클로즈업 된다.
어두운 밤이다. 눈발은 점점 굵어지며 바람에 흩날린다.
그리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Denial)"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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