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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책 그리고 영화

by 僞惡者 2017. 3. 1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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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내면 깊은 곳에서 잔잔한 울림이인다.

이렇게 마무리되면 안되는 것 아닌가? 

현실이 그렇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주는 반전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건 영화니까....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 켄 로치감독 , 2016)'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오전 9시는 가난뱅이 장례식이라 부른대요. 가장 저렴한 때니까요.

 우리에게 댄은 부자였어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줬죠.

 이건 댄이 남긴 글이에요. 늘 그랬든 연필로 썼네요.

 항고 때 읽으려고 했지만 끝내 기회가 없었죠.

 이웃과 많은 것을 나눈 이 훌륭한 사람을 정부가 너무 빨리 죽음으로 이끌었죠.

 댄의 글을 읽을게요'


주인공 댄이 재심 심사위원회에서 항변하려고 적어놨던 글인데 읽지 못하고

심사를 받기 직전 지병이었던 급성심장마비로 화장실에서 숨을 거둔다. 

결국은 추도문이자 유언장이 되어버리고 만 글을

어려울때 그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케이티가 눈물을 글썽이며 읽어 내려간다.


그와 알고 지내던 몇 안되는 지인과 이웃들이 추모객으로 함께한 초라한 장례식,

장례비가 가장 저렴하다는 오전 9시의 장례식장은 그래서 더 허망하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학교에서 배웠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주창하는, 사회보장 제도가 잘되어 있다고 하는 영국,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톱니바퀴처럼 어긋남없이 돌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지극히 사무적이고 기계적이다. 


장애급여 신청 때도, 실업급여 신청 때도 

댄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업무 처리로 일관한다.

행정 처리의 모든 관점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모든 신청은 인터넷을 통해야만 가능하고, 문의 역시 인터넷을 이용해야 한다.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콜센터는 기다리라는 대기음으로 하세월을 보내게 한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라고 말하는 안내자에게 연필시대 사람에게 배려는 없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집을 한 채 지으라 하라고 푸념할 정도로

평생을 목수로 일했던 주인공 댄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할 뿐이다. 


법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불법 수급을 받는 자들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심사관들은 지나칠 정도로 원칙을 강조한다.

취업의 수단으로 이력서 작성 방법 교육을 하는 강사의 모습은 모여 있는 구직자들에게 현실성이 없다. 

하지만 교육을 받아야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냉소적이다.

경직된 관료사회는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이나 우리나 별반 다를게 없다.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거라고 말하며 신청을 포기하고 

지원센터 외벽에 락카로 자기의 요구사항을 적는 퍼포먼스를 해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주인공 역을 맏은 데이브 존스는 영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라고 하는데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니엘 브레이크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어쩐지 나의 단면을 보고 있는 듯 해 더 감정이 몰입되게한다.


이 영화를 만든 켄 로치(Ken Loach) 감독은 

노동 계급, 빈민, 노숙자 등의 주제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를 많이 제작했다한다.

이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보여주는 사회고발적 내용들이다.

이 영화는 점프 컷 편집을 많이사용했다. 그래서 더 사실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다.

201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이주 여성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는 케이트(헤일리 스콰이어)가 장례식장에서

눈물로 읽어낸 다니엘 블레이크(Daniel Blake)-애칭이 '댄'이다-의 마지막 글은

나처럼 동감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도 맞닥드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어렵게 살아가는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굽실대지 않았고

이웃이 어려우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당신이 나를 존중해주기를,

나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홍보 포스터

201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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