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화 "다가오는 것들 (L'avenir, Things to come)"

책 그리고 영화

by 僞惡者 2017. 2. 17. 14:51

본문

이 영화는 도입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메세지를 던진다.


주인공인 고등학교 철학선생님 나탈리(이자벨 위페르)가 학생의 과제에 첨삭을 하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과제의 주제는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다.

그리곤 섬의 바위 끝에 바다를 바라보며 묻혀 있는 작가 샤토 브리앙의 무덤을 찾아가는 주인공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샤토 브리앙이 실존 인물인지를..

샤토브리앙(François-René de Chateaubriand, 1768~1848)은 파란 많은 일생을 보냈는데

19세기의 모든 작가들, 특히 낭만주의 작가들은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꽤 영향력 있던 작가였나 보다.

그를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의 입장을 이해 하는 것이 가능한가? 에서 풍기는 반어적이고 부정적인 감정, 그리고 고독, 죽음등의 메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들일게다.

가족들이 먼저 자리를 떠난 후 무덤 앞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던 철학교수인 남편 하인츠(앙드레 마르통)는 

잠시동안 무슨 상념에 젖었을까?  


그리고 몇 년 후 침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

침대 옆의 작은 디지털 시계는 새벽 5시6분에서 5시7분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 침대를 빠져 나오고 싶지 않은 이른 새벽이다.

나탈리를 중심으로 한 어머니, 그리고 딸의 연결고리는 이 영화의 한 축을 이룬다.

영화 "다가오는 것들 (L'avenir, Things to come,2016, 감독: 미아 한센-러브)"은 

60대 언저리로  생각되어지는 고등학교 철학선생님 나탈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서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나의 단상들은 그리 탐탁하지가 않다.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것들이 더 많이 떠오르니 말이다.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생각도 그리 허튼 소리는 아닌성 싶기도 하고, 영화를 보면서 우울해진다.


평생 자기만 사랑해줄줄 알았던 남편은 외도를 고백하며 이혼을 요구하곤 집을 나간다.

속만 썩이며 딸에게만 집착하는 정신적 질환이 있던 엄마는 결국 숨을 거두고,

출판사에서는 나탈리의 철학교재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집필진의 교체를 피력하고,

자신의 철학적 가치관과 행동에 대해 든든한 후원자일줄 알았던  제자 파비앵(로만 코린카)의 급진적 사고관은

그들의 경멸 대상인 부르조아로 스승인 나탈리를 폄하하고

 

표면적으로 나탈리는 다가오는 것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 행동한다. 의연한 척한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다. 더 정들었고 더 믿었던 것들에 대한 배신의 상실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남편과 함께 가꾸었던 꽃밭이 예쁜 바닷가의 별장 침실에서, 제자가 살고 있는 집단 농장의 허름한 숙소에서.

혼자 소리 죽이며 운다. 


하지만 역시 딸은 엄마의 마음을 궤뚫어 보고 있다.

그래서 슬프다. 출산의 기쁨을 뒤로 한 체 엄마 앞에서 소리내어 운다. 왜 딸이 우는 지 엄마는 영문을 모른다. 

내심 모르는 척 하나? 몰라도 좋다. 

엄마가 힘들어 하는 상실의 아픔을 더 서럽게 울어 줄 수 있는 딸이 있다는 것, 

나탈리가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그만큼 딸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로 성장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 역시 다가오는 것들중 하나다.

주목받는 여류 신예감독 미아한센-러브의 감각적 연출은

모녀만이 느낄 수 있는 여성 특유의 감성적 부분까지 끌어 올려 가슴을 저미게 한다.


삶은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나탈리는 항상 바쁘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안다.

혁명까지 논하는 급진적 철학의 사고를 추구하기에는 너무 늙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그리곤 살아가기에 충분한 가치관도 있고, 자긍심도 있다.

그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고등학생 제자들은 선생님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또 흔쾌히 받아 들인다.

상실되어 다가온 것이 있다면 또 그것을 보상하는 그 무언가가 다가올 것이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그게 인생일지도 모른다.


성탄절 날 남편이 빠진 집에서 아들과 딸 내외가 모였다. 그리곤 저녁을 먹는다.

이제 갓 백일이나 되었을까? 아기가 울자 엄마 대신 할머니가 된 나탈리가 달려가 손자를 안고 달래며 노래를 불러준다. 

후렴구는 '오래전 사랑했던 당신을 나는 잊지 않으리"가 반복된다. 아기가 울음을 그친다.

식탁에 앉아 밝게 웃는 사위 뒷 편으로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조용히 음악이 흐른다.

The fleetwoods의  unchained melody다.

oh, my love

oh, my love

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touch

a long, lonely time.......


영화 "다가오는 것들 " 포스터

대나무로 짠듯한 바구니에는 나탈리의 어머니가 키우던 판도라(고양이 이름)이 들어 있다.

2017. 2.1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