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그리고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가상으로 밖에 이해 할 수 없는 세계,
두 경계를 넘나들며 많은 일을 겪은 주인공이 정신을 차리고 결심한 선택지중에는
'이데아니 메타포니 하는 것들과 엮이지 않는 것'(2권578p)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현재 내가 무엇보다 바라는 것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나 역시 의미가 있음직도 해보이는 '이데아'와 '메타포' 두 단어에 엮여서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작가의 의도나 행간을 읽으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최근 한국어 공부 한답시고 들춰보던 교재의
함의와 전제라는 단어가 얼핏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보단 그냥 걸림없이 읽혀지는 하루키의 글 재주에 감탄하며
아 재미있는 소설을 또 읽었구나 하고 정리키로 했다.
기사단장 죽이기 1권 -현현하는 이데아- 565p 를 다 읽고
그리고 2권 -전이하는 메타포- 550p를 훨씬 넘겨 읽으며 조바심이 들기 시작 했다.
-2권은 598p가 끝이다-
이제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는데 속시원한 결론을 풀어내기에는
장수가 부족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였다.
끝맺음 없이 끝을 독자에게 맡기려하는
이 작가의 경향을 많이 접한 나로서는 더욱 더 그럴 수 밖에..
미완성이라서 오히려 더 좋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림이 미완성이면 나 자신도 언제까지나 미완성 상태인 것 같으니까 멋지잖아요."
마리에는 말했다.
'완성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모든 사람은 언제까지나 미완성이야."
"멘시키 씨도 그래요?" 마리에가 물었다. "그 사람은 굉장히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대."
"멘시키 씨도 아마 미완성일거야." 내가 말했다.
멘시키는 결코 완성된 인간이 아니다. 그것이 내 생각이었다. (2권 568p)
주인공의 사고가 결국은 작가의 논지인데 주인공과 마리에의 대화중 느낌이
이 책 역시 결론은 미완성으로 끝 날 개연성이 점점 농후해 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그래도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미완은 벗어 난 듯 해서..
사실 난 주인공과 그의 아내 유즈의 재결합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
책의 서두는
당시 나와 아내는 일단 결혼생활의 끝은 본 상태였고 이혼 서류에 정식으로
도장도 찍었지만, 그 후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다시 합치게 되었다. (1권14p)로 시작되기 때문에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전개지만 다시 결합하게 되는 과정이 극적이기를 바랬다.
어쨋튼 결말이 혼돈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여운을 주며 해피하게 마무리 되었다는 느낌이다.
헤어졌다 다시 결합하게되는 아홉달 남짓의 시간은 영원에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순식간에 흘러간 것 같기도 하다고 주인공인 나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설명할 길 없는 혼란에 빠져 들었고, 여러 의미에서 삶의 예외였고
평범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라고 회상한다.
소중한 그 무언가 상실의 아픔을 잊기 위해,
아니면 그 대안책으로 그가 끌어들인 메타포들을 통해
-그것이 현실이었는 지, 가상이었는 지는 그리 특별한 게 아닐 수 있다.-
그는 이전보다 더 안정된 삶의 영역을 구축하며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내 유즈 그리고 딸 무로와 행복하게 살 것 같다는 안도를 해본다.
왠지모르게 세월호가 머리를 스친다.
상처를 치유키 위한 많은 일들중 노란리본 역시 메타포적인 성격은 아닐런지?
그리고 그 역시 힘든 과정을 통과해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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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일찌감치 사놓고 시험 핑계로 책장에 모셔 두었던 "기사단장 죽이기'를
비록 시험은 죽썼지만 그건 그거로 잊을건 잊고,
점수에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그역시 또 시간이 해결해줄테고...
편한 마음으로 집중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푹 빠져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2017. 9. 16.
영화 '1987' (0) | 2017.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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