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봤다.
그 당시 광장으로 몰려나온 시민들의 빛바랜 사진들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울컥하는 마음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민주화를 갈구하던 시대의 요구에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 그리고 미안함.
학교를 졸업하고, 공기업에 취업하고, 결혼도 하고
그해 7월에는 큰 딸도 태어 났는데....
그 모든 현실 안주의 만족스런 여건들이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대해 눈을 감게 했다.
물론 지방에서 제한된 정보를 접하며 살았기 때문 일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것들을 바꾸기 위해서
거대한 기득권들에 대한 저항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고
승산 없을 것 같은 싸움을 위해 그 얼마나 많은 희생들이 필요했던가?
무임승차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일말의 부담감이
영화를 보는내내 마음을 불편하게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밤 12시가 넘었던 시간, 내리던 비는 눈으로 변해서 날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와 닿는 제법 큰 눈송이의 차가운 촉감들이 그나마 답답한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집에와서 큰딸에게 카톡을 보냈다.
1987. 6. 9일 시위 도중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다른 학생에 의해 부축당한 채 피를 흘리던
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던 연세대 정문 앞,
그 격변의 시대, 소용돌이 현장 속에 너도 함께 있었다고..
비록 엄마의 뱃속이긴 했지만...
그당시 연대 정문 앞에서 전투경찰 근무를 했던 동생을 와이프와 면회 갔을 때만해도
불과 보름 후에 발생할 사건을 애써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평온하기만 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동생과 와이프와 함께 정문 앞 광장을 거닐었고 근처에서 식사도 했었는데...
결국 이한열 열사는 사고 후 한달도 채 넘기지 못한 7.5일
22살의 나이에 꽃다운 청춘을 마감했다.
영화에서는 강동원이 이한열로 분하여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더하게 한다.
물론 이 영화의 중심이자 6.10항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박종철 열사 (여진구 분)의 고문 조작 은폐사건도 기억해야함은 당연하다.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은 많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해준 부분에 대해서도 의미를 더하고 싶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박희순, 설경구, 이희준, 문성근, 조우진, 오달수, 강동일, 여진구.....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소재로 하며 2017년도를 달군
송강호 주연 '택시 운전사'와 함께 기억하고 싶은 영화다.
사족이라면 택시운전사 막판의 차량 추격전이나, 1987 에서 막판 이한열 열사와의 매칭등은
약간 쌩뚱 맞기도 한 듯 하지만 영화의 극적 묘미로 이해하련다.
영화 '1987' 홍보 포스터
2017년을 마감하는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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