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四國)는 일본 열도를 형성하는 4개의 주요 섬중 가장 작은데
한자의 의미처럼 옛날에 4개의 영주국이 있었다는 뜻이다.
시코쿠에서 유명한 것으로 오헨로(お遍路)가 있는데
승려 홍법대사 구카이(空海)의 자취를 따라
시코쿠에 위치한 88곳의 사찰을 찾아가는 1,200km 여정의 순례길이다.
오헨로는 시코쿠 섬 전체를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시코쿠 순례’라고도 하는데
8세기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한다.
오헨로상(お遍路さん)’이라 불리는 순례자들은
전통적으로 흰 옷에 대나무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다.
또한 옷이나 지팡이에서 동행이인(同行二人)이란 글자를 볼 수가 있는데
늘 홍법대사와 함께 동반한다는 의미다.
순례는 1번 사찰 료젠지(靈山寺)에서 시작해 88번 사찰 오쿠보지(大窪寺)까지 걸은 후
다시 1번 사찰 료젠지로 돌아옴으로써 완성되는데
일직선 상에 놓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해
동양적인 윤회사상이 깃들여 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 규모가 큰 무니시팔 알베르게에는
시코쿠 순례를 홍보하는 글들이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우리 가족이 시코쿠섬 남쪽에 위치한 고치를 여행하는 동안 이 지역에 있는
31번째 사찰 치쿠린지(竹林寺)와 36번째 사찰 쇼류지(靑龍寺)를 들렸었다.
비록 도보 순례는 아니지만 어떤 길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치쿠린지(竹林寺)는 고치시 중심가에서 약 6km 떨어진 고다이산(五台山])의 정상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본당 문수당(文殊堂)에는 문수보살을 본존으로 모시고 있다.
치쿠린지 본당 문수당의 모습
2017. 4. 1.
고치시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고다이산을 구경 후 후문 쪽을 통해 치쿠린지를 찾아갔는데
버스를 타고 온 단체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석가모니 일대기가 적힌 석가모니 불상
본당 앞에서 예를 행하는 순례자들의 모습
치쿠린지에서 나와 순례길을 조금 걸어 보기로 했다.
32번 사찰 젠지부지(禪師峰寺)로 가는 길에서 만난 홍법대사 상
순례길 근처에 있던 식물원 입구의 모습인데
삿갓까지 쓴 외국인 꼬마 아이가 귀엽다.
제주 올레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만났던 반가운 길 안내 표시들이다.
32번 사찰을 가는 순례길 코스는 고다이산을 내려와서 방향을 튼다.
산을 거의 내려온 와이프와 큰딸의 모습
건널목을 건너라는 오헨로상이 그려진 노란 방향 표시가 앙증스럽다.
아쉽지만 우리 가족의 순례 맛보기는 이곳에서 멈추고 다시 고치 시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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