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지음 "비상경보기 (2016년, 도서출판 동녘)"는
박근혜 정권 시절 경향신문에 쓴 칼럼을 엮어낸 책으로
작가는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5부 60개 꼭지로 설정하여 설명하고 있다.
꼭지의 타이틀만 봐도 내용에 대한 감이 잡히는데 쉬운 예시까지 곁들여 쉽게 풀어 쓰고 있다.
또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한페이지로 정리된 단상(Remarks)을 통해 복습까지 시킨다.
가끔씩 끼워 넣은 시위 현장등의 흑백 사진은 잊혀져 가던 사건들을 반추해 볼 수도 있게한다.
544p 상당한 분량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진보 정권으로 바뀐지 햇수로는 3년차가 되는 현 시점에서
작가가 생각하던 장애물들이 얼마만큼 제거되고 있는 지 가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
작가는 한 꼭지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을 권리, '불성무물'의 가르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중용(中庸)에 나오는 불성무물(不誠無物)은
'참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말하지 않는다면 어떤 사물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 (P422) 이라 한다.
지속적인 억압 때문이든 혹은 순간적인 욕심 때문이든,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p423)
한반도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핵없는 한반도로 나아가는 길은 쉽지 않은 듯 싶다.
무언가 의미있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정삼회담 기간중에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 코인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공개 증언했다.
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기자 회견장에서 이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코언 증언은 잘못된 발언이며 사실이 아니다.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트럼프는 반박하고 있다.
미국 국내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튼 둘중에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트럼프를 둘러싼 이해 집단간의 암투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져 협상 결렬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것도 아니고
현재 처해 있는 우리 현실이 어처구니 없고 그져 황당할 뿐이다.
'꿈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에게는 극복해야 하는 현실이 아니라 순응해야하만 하는 현실이 남게된다.'(P541)
꿈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말해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통일이라면 가능할 수도-,
통일로 가기 위한 첫 단추로서, 핵없는 한반도는 포기할 수는 없는 현실일 수 밖에 없다.
그 꿈이 타의에 의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중재자 역할 또한 세계 역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일이라 자위를 해본다.
어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광화문 광장에서의 기념식은 또 다른 볼거를 제공해 준다.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TV 시청을 통해서라도 뜻을 기리며 감동 받는 자체가
애국이 아닐런지, 나는 애국자라 자부해 본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어떤 식으로든 미래를 지배한게 된다는 사실,
일본 사학자들이 집요하게 과거사를 왜곡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미래를 미리 장악하고자 하는 무서운 시도다.
분명 과거 왜곡을 방치한 대가는 전적으로 우리 후손들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P22)
유독 일본뿐이겠나? 현대사에서 진실이 왜곡되고 묻혀진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을 토로하는 것을 하나의 저주처럼 만들어 놓았을까?
진실 은폐를 하나의 삶의 태도로 내면화 사켰던 것일까?
어쩌면 그 실마리는 진실이 아니라 허구를 강요했던
100여년에 걸친 반민주적인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일제가 우리를 강제로 병합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는 지속적으로 허위를 강요당했다.
이승만 독재시절, 그리고 박정희 독재시절, 나아가 전두환 독재시절까지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순간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었다.
거의 한 세기에 가깝게 허위를 강요 당하면서,
우리에게 냉소주의는 제2의 천성으로 자리를 잡아 버린 것이다. (p438)
억압하고 강제하는 반민주적 세력,
정의를 훼손하고 자신들을 포함한 소수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집단이
아직도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분명히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의 장애 요소임이 확실하다.
지금은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정부라고 했다. 그래서 더 많은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와 닿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정치가든 학자든 아니면 일반 시민이든 진보를 표방하는 사람이라면
타인에 대한 사랑만이 새로운 방법을 발명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진보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면 할 수록, 타인을 사랑하기는 더 힘들 테니까 (p363)
작가가 이글을 쓰고 있던 박근혜 정권이나 내가 이 글을 읽고 있는 현 정권이나
이타적 사랑은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요원한 듯 싶은데 ,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더 성숙되고 용감해진 국민의 힘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일어나기 위해 우리는 넘어졌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라고.
절실하게,진지하게,통쾌하게 "비상경보기 " 표지
2019.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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