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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and 서점에 대해

책 그리고 영화

by 僞惡者 2019. 3. 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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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

드라마에 빠져 헤매다 인생 종칠 것 같다는 생각이 기우가 아닐 듯 싶다.

드라마! 참 재미있게 만든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16부를 빼놓지 않고 봤다.

알콩달콩 달달한 일편단심 순애보(純愛譜)도,

최근 키워드 '경단녀'를 끌어 들여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 한 것도 좋았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신선한 소재는 더 좋았다.

별책부록 처럼 약간은 미스터리한 내용을 가미한 것도 나름 괜찮다.

문서세단기에 파쇄된 -또는 진행중이던- 조각들의 퍼즐을 통해  누명이 벗겨지고,

미스터리 단서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설정도 기발한 발상이라 생각해 봤다. 

마지막 부분에서 베스트 셀러를 많이 만들어 이익을 내야 

스테디 셀러 책도 부담없이 출판할 수 있다는 대표의 생각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다.

출판업계 역시 자본의 논리를 빗겨갈 수 없는게 현실이니까.


드라마에서 배우 이나영을 본 것도 오랫만인 듯 하다.

최근 영화 '뷰티풀 데이즈 (2017, 감독:윤재호, 출연:이나영, 장동윤)에서

탈북녀로 열연했던 것을 봤었는데 크게 인상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내용 자체도 어둡고 습했다. 상업영화라기 보단 독립영화에 더 가까운 느낌도 받았었고..

사실 그 영화에선 이나영보다 아들로 분한 배우 장동윤의 열연이

연기자로서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결말이 약간 작위적이긴 하지만

-사실 시청률에 연연해 황당할 정도의 비현실적 설정을 하는 드라마들에 비해선 지극히 정상적이긴 하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그렇고 다른 반전은 사족이 될 수도 있었을게다.


내가 서양의 이나영이라 부르는, '앤 해서웨이'의 기형적 느낌마져 드는 큰 눈보다

이나영의 균형잡힌 눈은 더 맑고,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 커다란 눈빛에서 발하는 달달하며 개구진 듯한 표정 연기 역시 압권이였다.

주인공 '강단이'와 닮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 이나영이다.


내친 김에 드라마의 주요 배경중 하나인  서점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넘어간다.

그의 책을 보면서 참 특이한 성격이라고 느끼는 작가 이석원의 산문집 

"보통의 존재"-1판 2009년 11월4일, 12판 57쇄 발행 2017년 10월17일, 펴낸곳: 달-에는 

서점에 대한 산문도 실려 있다. (P304~309)


왜 서점이란 공간이 그토록 좋은 걸까. 어느 날 일기를 쓰다가 내가 이토록 서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번 정리를 해봤다. 그랬더니 서점은 정말로 내가 좋아할 만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완벽한 장소였다. 감탄한 정도로,

무엇보다도 서점은 편하고 자유롭다. 

  혼자가도 남의 시선 의식 안하고 누가 보든 안보든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

그곳은 일단 들고 나는 것부터가 자유롭다.

  입장료가 없으니 대가 없이 들어갈 수 있고 몇 번을 들락거려도 누구하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으며

  그 넓은 공간이 다 나의 서가인 것 마냥 내 맘대로 돌아다니며 내키는 책을 뽑아 볼 수도 있고......

그 곳은 평화롭다.

  서점에서는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도 없고 (중략) 필요하신 것 없냐고 부담스럽게 접근하는 직원도 없고....

서점은 신기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다른 사람과 거추장스럽게 부대끼거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일도 별로 없다.

  모두 각자 책을 보는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일까?....

서점의 낮은 문턱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중략)행색 따위 아무래도 좋다. 집에서 입고 있는 추리닝 바람으로 가도 상관없고 모자만 눌러 쓰면 ...

왜 그곳에서는 감정을 마음대로 놔두어도 괜찮은 걸까.

  외롭거나 슬프고, 우울하거나 지쳐 있을 때도 그 곳은 내가 누구든 누구도 아니든 외롭든 외롭지 않든

상관없이 다 받아 준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의 발소리, 말소리가 결코 소음으로 들리지도 않으며

타인의 존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 (중략)


작가는 동네서점보다 시내 대형서점을 선호하는이유로 위와 같이 여러가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나 역시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아무도 없는 동네 서점에서, 나는 완벽히 혼자가 된다.

동네 서점의 쓸쓸하고 초라한 모습은 

위로를 해주기는 커녕 나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결국 서점을 찾는 이유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 

동네 서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주로 시내 대형서점을 찾을 수 밖에 없다 (P308)


작가가 이 책을 썼던 시기가 벌써 10년전이니까

다양하게 개성을 살려 덕후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지금의 동네 책방들과는 또 다른 면도 있긴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날 잡아서 서점 투어라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마지막 화면 캡처

2019. 3. 17.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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