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새롭고 또 가슴이 먹먹해 지는 마음으로 영화 "철도원 (Poppoya)"을 다시 봤다.
철도원<1999년 일본,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
주연 : 다카쿠라 켄(사토 오토마츠), 오타케 시노부(사토 시즈에), 히로스에 료코(사토 유키코)>
'철도 밖에 모르는 당신을 내가 보살펴야 하는데 거꾸로 됐네요.' 부인의 말에
'금방 나을거야' 라고 철도원이 걱정스럽게 말한다
그런데 오히려 부인은 '당신이 걱정이 돼서...' 라며 안스러워 한다.
아픈 부인을 병원에 보내면서 함께 따라가 주지 못하는게 마음에 걸려 출발 신호를 못보내고 주저거리자
부인이 호루라기 부는 모션을 취한다. 그제서야 호루라기를 입에 문다.
부인이 안심하는 표정을 짓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차다.
격리되어진 차창의 유리지만 서로의 손을 맞대고 애뜻한 마음을 전해보려 하지만
철도원은 성급히 손을 떼고 등을 보인다.
기관사에게 호루라기를 불어 출발 신호을 보내고, 그리고 기차는 서서히 출발한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결국 부인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부인을 이 세상에서 떠나 보냈다.
부인의 주검 앞에서
친구 센의 부인이 말한다. 왜 울지 않냐고? 부인 '시즈에'를 위하여 울어줄 수 없냐고?
'난 철도원이다. 집안 일로 울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뺨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결혼하고 17년만에 얻은 귀한 딸, '사토 유키코'가 급성독감으로 세상을 떠날 때도 병원에 함께 가지 못했다.
2개월밖에 안된 그 갓난아기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일을 했다. 플랫폼에 쌓인 눈도 치웠을게다.
그리곤 역무실에 들어와 일지를 썼다. '금일 이상 무'라고.
죽은 딸을 가슴에 안고 돌아온 부인 '시즈에'는 기차에서 내리지 못한다.
'오토'가 기차 안으로 들어 가서 부인을 위로하려하자 부인은 말한다.
'당신은 이렇게 죽은 딸도 깃발을 흔들며 맞이하는군요'
'어쩔 수 없잖아. 난 철도원인걸, 내가 깃발을 안흔들면 기차 운행이 제대로 안되는 걸'
담요에 쌓인 딸의 주검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유키코가 태어나던 날 창밖으로는 눈이 펑펑 쏟아졌다.
아이 이름을 유키코, '눈의 아이'라고 지었다. 눈의 아이니까 눈처럼 예쁘게 자랄거라고 했던 딸이
눈처럼 차가워져서 호로마이에 돌아왔다. 1978년 1월5일이였다.
그에게 환생한 딸이 나타난다.
첫번째는 오래된 인형을 가슴에 안고 플랫폼에 나타난다. 새해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했다.
그 아이가 철도원을 흉내내며 수신호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두번째는 늦은 밤에 찾아왔다. 동생이 놓고 간 인형을 찾으러 왔다며 역사 안으로 들어 왔다.
새해에는 중학교에 들어 간다고 했다.
갈 때는 철도원에게 뽀뽀까지 하며 통통 뛰는 모습으로 문을 밀치고 사라졌다
세번째 또 나타났다. 이제는 열일곱 여고생의 모습으로 ,
여고생에게 자기 딸에 대해 말한다, 독감이었는데 신경을 못 썼다고, 조금만 더 빨리 병원에 갔으면,
회한이 남는 얘기다.
설날이라 마을 할아버지 집에 놀러온 아이들로 알았는데 그 할아버지의 새해 인사 전화를 받고서야
그 여고생이 그 집 손녀가 아닌 죽은 딸 유키코임을 직감했다.
'아빠는 철도원이잖아요 어쩔 수 없잖아요.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고마워요 아빠. 전 행복해요.'
딸은 그 예전 무덤에 같이 넣어 주었던 인형을 가지고 사라졌다. 얼굴 가득 눈물을 머금은체..
꿈인지 생신지 철도원은 혼란스럽다.
방에는 조금전 딸이 끓였던 찌게가 식탁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다.
딸이 준비하고 같이 식사를 하려 했던 식탁을 보면서 이 상황이 꿈이 아닌 현실로 받아 들인다.
평생을 철도원으로 살았다. 가족보다도 일을 우선으로 알며 살았다.
정년을 몇개월 남겨놓고 경영상 이유로 노선이 폐선된다는 소식을 철도회사의 간부인 친구 아들로 부터 듣는다.
예상보다 빠른 폐선 소식에 잠시 말문이 막힌다. 당혹스런 표정이 얼굴에서 읽혀진다.
살아야하는 이유가 없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환생한 딸과 작별을 고했던 그 다음 날 제설 작업차가 눈을 치우며 역으로 진입할 때
눈 쌓인 플랫폼에서 그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의 운구는 호로마이 역사를 빠져나와 기차로 옮겨진다.
운구 앞에는 친구 '센'이 그리고 지인들이 운구 뒤에서 따라간다.
역시 눈이 또 내리고 있다.
운구는 운전실로 옮겨 지고 평생을 같이 했던 친구 '센'이 운전대를 잡는다.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서서히 움직인다.
이제는 사라질 호로마이 역과 함께 그의 철도원, 호로마이 역장으로서의 삶의 여정도 마감을 한다.
영화는 혼자 쓸쓸하게 새해를 맞을 친구 사토 오토마츠(다카쿠라 켄)를 위해 평생 친구였던 센(코바야시 넨지)가
퇴직 후 일자리를 권유도 할 겸 호로마이 역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오가면서 전개되는데 현재의 시간상으로는 이마도 3일간의 이야기일성 싶다.
호로마이 지역은 과거 탄광촌일때 번성하였던 곳인데 폐광 후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는
그나마 남아있는 노인들마져 떠나는 곳이 되어 버렸다. 기차 노선 역시 수익성 악화로 폐선을 결정하고 말았다.
이 영화에는 부러울 정도로 끈끈한 친구의 우정이 있고 , 광산촌을 중심으로 한 노조와 파업,
파업 대체 인력으로 고용된 임시직과 노조원들 간의 갈등,
탄광 사고와 그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거두어 들이는 사람들의 따뜻한 인간애도 있다.
그 중심에 2대째 철도원으로 자긍심을 갖고 가족보다도 일을 우선했던 아버지, 사토 오초마츠의 삶이 있었다.
영화 OST중에는 테네시 왈츠(Tennessee Waltz)가 나오는데 좀 의아하다.
도입부에서 주인공이 기차를 운전하며 휘파람으로도 부르는데
춤추러 갔다가 친구한데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는 뭐 그런 내용의 가사가
이 영화와 매치가 안되는 듯 싶어서...
영화 "철도원 (Poppoya)" 홍보 포스터
2019. 3.21.
영화 스틸 컷
6살 나이인 딸과 조우한다.
중학교에 간다는 13살 딸의 뽀뽀에 당혹해 한다.
세번째로 17살이 된 딸과 조우한다.
히로스에 료코의 하이틴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컷
철도원 홍보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철도원 근무 모자를 쓰고 아빠에게 인사하는 장면이다.
병원으로 향하는 부인과의 작별, 생(生)에서 보는 마지막 순간이다.
역사를 나와 기차로 향하는 운구의 행렬, 친구 '센'이 앞장을 섰다.
운구에는 그가 썼던 근무 모자를 올려 놓았다.
딸이 쓰고 아빠에게 경례를 하던 그 모자 일 수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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