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P 47)
너무나도 식상할 수 있는 글을 이 책에서 또 접해본다.
한때 전세계의 서점가를 강타했던 책 '시크릿'을 생각나게 한다.
다분히 서구 기독교 사상을 근저로 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게 사실이다.
우주 만물은 하나의 에너지 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즉, 우리는 하나라는 가설을 통해
'구하라 , 믿어라, 받아라' 의 3단계 창조 과정을 입증하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연금술사' 역시 같은 맥락으로, 아니 똑같은 생각임을 느끼게했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은 '1판 16쇄(2003.10.31) 옮긴이 최정수/(주)문학동네'판인데
최근 나오고 있는 책 역시 번역에 다소의 차이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옮긴이와 출판사가 모두 같다.
책은 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에 가깝다. 읽기도 쉽다. 책의 끝장을 덮었을 때
양치기 청년 -양치기하면 연관어가 목동(牧童)에 익숙한데 여기서는 청년이다- '산티아고'가
꿈을 찾아 세상을 헤쳐나가며 모험을 하는, 그래서 결국 꿈을 이루는 재미있는 동화를 한 편 읽은 느낌이다.
마치 신밧드의 모험 처럼.
물론 그 속에서 작가가 전달하려 한 것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고 보니 그 영역은 방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작가 자신에게 운명의 길을 다시 찾게 해 준 스승 '람'을 만났을 때
연금술의 언어가 그토록 어렵고 모호한 이유를 묻고 있다.
“연금술사에는 세 부류가 있네.” 스승의 대답이었다.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지.”
“그럼 세번째 부류는요?”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일세.”
아마도 스승은 스스로를 두번째 부류에 놓고 있는 듯했다.
나는 스승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상징의 언어란 만물의 정기, 또는 칼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해했다.
자아의 신화, 그리고 그 단순함 때문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신의 표지들도 알게 되었다.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위대한 업’은 달걀 모양의 어떤 것 혹은 플라스크에 담긴 액체 따위가 아닐 터였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언어’, 그것일 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겠는가. (P271,272)
이 책에서 언급한 연금술의 의미들은 찾아보면
우리 모두가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거지.
납은 세상이 더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P242,242) 라며 연금술의 존재 이유를 말하기도 하고
이 세상은 신께서 만드신 것들중 눈에 보이는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네.
연금술이란, 절대적인 영적 세계를 물질 세계와 맞닿게 하는 것일 뿐이지. (P231)에서 처럼
신의 영역과 결부시키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 보기에는 초라한 인생이라도
한 사람의 삶은 그에게는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역사책만큼이나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가기까지 인생 여정의 놀라움을 어찌 납을 금으로 만든다는 연금술과 비견할 수 있을까?
산티아고 역시 자아의 신화를 찾아 오랜 여행을 하는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고, 그가 꿈꾸던 모든 삶을 살았다.(P256)
나에게도 꿈꾸던 삶이 있었던가? 있었다면 그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가? 노답일 수 밖에 없음을 서글퍼해야 하나?
자아의 신화를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P230) 보다는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P47)가 맞는 듯 하다.
나의 세대도 그랬었겠지만
어쩌면 지금 세대의 청년들은 더 일찍 그 꿈을 접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각박한 현실의 탓으로 돌리면서...
신학교를 다닌던 소설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어느날 집에 와서 신부가 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이유는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돈이 없는 우리가 떠돌아 다니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양치기 밖에 없다고 말하자
'그렇다면 전 양치기가 되겠어요.'
아버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버지는 주머니를 하나 건네 주었다.
스페인의 옛 금화 세개가 들어 있었다.
'언젠가 들에서 주운 거란다. 네 이름으로 교회에 헌금할 생각이었지. 이것으로 양들을 사거라.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 맘껏 돌아다녀.
우리의 성(城)이 가치 있고, 우리 마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배울 때까지 말이다.' (P28)
축복을 빌어주는 아버지의 눈을 보고 수십년 세월에도 한결같이 남아 있는 마음을 소년은 느낄 수 있다.
아버지 역시 세상을 떠돌고 싶다는 것을.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게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꿈을 현실 속에 묻어 버리는 사람도 있음을.
양을 치던 청년, 산티아고가 어느날 꿈에서 본 보물을 찾아 머나먼 길을 헤쳐가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마침내 모래 언덕에 올라섰을 때 그는 뛰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보름달과 사막의 순결한 흰 빛으로 환희 빛나는, 신성하고 장엄한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음을 떠뜨렸다. 자아의 신화를 믿게되고, 늙은 왕, 크리스탈 상인,
영국인 그리고 연금술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은 결코 자아의 신화와 결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사막의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했다. (P255,256)
꿈에서 본 피라미드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그 곳에서 보물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
보물이 있는 곳은 지금까지 역경을 헤쳐 찾아 온 피라미드가 아니라 처음 꿈을 꾸었던 장소,
버려진 낡은 교회에 있는 커다란 무화과나무 한그루가 서있던 성물 보관장소 였다.
그는 삽을 들고 무화과나무 밑을 파기 시작했다.
'늙고 교활한 마술쟁이 같으니';그는 하늘에 대고 소리쳤다.
'당신은 모든 걸 알고 있었잖아요? 내가 이 교회까지 올 수 있도록 금조각까지 미리 맡겨두고 말예요.
그 수도승은 거지꼴로 나타난 나를 보고 마구 웃었다구요. 미리 알려 줄 수도 있지 않았나요?'
'아닐세.'
그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만일 내가 미리 일러주었더라면, 그대는 정년 피라미드를 보지 못했으리니.
어땠나? 아름답지 않던가?' 연금술사의 목소리였다.(P246,265)
아버지가 금화 세개를 주며 말했던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 맘껏 돌아다녀. 우리의 성이 가치 있고,
우리 마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배울 때까지 말이다' 에서 처럼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보물을 찾아낸다.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섰던 산티아고가 힘든 여정 속에서 깨우쳤던 많은 것들.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그가 일으켰던 바람의 기적이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자신의 영혼'임을 깨닫던 울림들 까지
그 많은 배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배움에는 행동을 통해 배우는, 단 한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네' (P205)
산티아고가 알고 싶었던 행동을 통해 배우는 단 한가지를 연금술사는 답하고 있다.
'이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세상보다 더 완벽한 세상의 존재를 보증해 주는 것이지.
신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당신 영혼의 가르침과 당신의 경이로운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네, 그것이 바로 내가 '행동'이라고 부르는 것일세 ' (P207)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연금술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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