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북부 밀림지역 따갈에서 김이정과 그의 동료 박광수가 정부군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김이정이 죽기 며칠 전에 썼던 편지는 1년 후인 1917년 가을 멕시코 베라쿠르스에 살던 박정훈에게 배달 되는데
이 소설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다루어 진다.
"우리는 이 곳에 작은 나라를 세웠습니다. 국호는 '신대한'입니다.
이 곳 밀림에 물산이 풍부하고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유카탄보다 덥지만 비가 많이 옵니다.
여기선 누구도 다른 이를 착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총을 안고 잠들지만 마음이 편합니다. (생략) " P 309,310
1905년 4월 영국 기선 일포드호를 타고 제물포항을 출발하여 멕시코로 떠났던 1,033명.
조선 최초 멕시코 이민자들이 바랬을 소박한 꿈들이 유서가 되어버린 편지 내용 속에서 묻어난다.
'배고픔과 착취가 없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세상'
조국 땅에서 누리지 못한 것을 머나먼 이국 땅에서나마 이루려고 떠나왔건만
결국은 꿈을 접어야했고 흔적없이 사라져들 갔다.
그들이 떠난 1905년과 그들이 살아낸 1910년대를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르포를 쓰 듯.
우리에게 애니깽으로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
멕시코 첫 이민자들이 겪었던 고달픈 삶의 애환을 그린 김영하 소설 '검은 꽃 -문학동네, 2003년-'을 읽었다.
뒷표지에는 황석영의 짤막한 추천 글이 있다.
"'검은 꽃'은 역사적 사실을 다큐멘터리 필름이 아닌 숏컷의 스냅사진처럼 처리하면서
그 위로 개별적인 사람들의 생을 판화처럼 떠오르게 서술해나간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어쩐지 빈 먼지바람이 가슴 속을 스치고 지나간 듯하다."
소설 말미 여백에 있는 이우일의 삽화는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고 말았다.
김영하 '검은꽃'
2019. 7.1
멕시코로 향하는 영국 기선 일포드호의 모습을 그린 이우일의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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