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일반인들에게 관심이 많은 키워드를 곁다리로 끼워 넣는 경우가 많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의 어색함이 묻어나는데도 말이다.
물론 그 자체를 주제로 해서 만든 영화야 더 많겠지만 말이다.
정국이 바뀌면서 민주화가 그랬고, 5.18일이 그랬고 또 세월호가 그런 방향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 보았던 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영화 '생일'은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가족들이 살아가면서
감내해야 하는 아픔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서 믿고 볼 수 있는 두 배우의 내적 연기는 심금을 울린다. 물론 눈물까지 자아내개 한다.
사실 내용은 단순하다. 당연히 그렇게 전개되리라 예측도 가능하고.
영화 '악질경찰'에서도 배경을 안산으로 하는 의도는
슬쩍 세월호를 끼워 넣었으려는 불순한(?) 목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건의 전개는 내 예상을 완전히 어긋나게 했다.
세월호라는 양념을 잘 버무려 맛갈나게 만든,
마지막에는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영화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정의는 시궁창에 내팽개치고 오직 돈만 밝히는 불량 경찰, 세월호의 아픔을 안고 사는 불량 소녀,
그들의 매개체가 되는 '법 앞에서 딱 만명만 평등하다'고 말하는
어쩌다가 이 사회에서 악의 상징으로까지 변질되고 만 부패된 재벌 회장과 일당들의 이야기다.
'만인'(萬人)이 평등해야 하는데, 과연 평등한가?"라며 "나는 '만명'(萬名)만 평등하다고 생각한다'고
법원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던 고 노회찬 의원의 말을 영화에서 인용하고 있다.
비유의 당사자, 바로 그 재벌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게 아이러니하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마지막 장면,
'잘 지내야 돼, 거기서 잘 지내라구 씨발!'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의 외침과
불량소녀 미나(전소니 분)의 표정연기는 압권이다.
세월호의 노란리본이 아웃포커싱 되는 중심에 미나가 있다.
두리번 거리던 미나의 시선이 조필호를 확인하며 밝은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 밝음이 미소로 바뀌고 치아까지 드러내는 웃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 웃음은 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분명 폭력물 영화였는데 사회적 영화로 탈바꿈하며 그들을 기억하게 하고 있다.
진정 바랬던 감독의 의도가 이런 것 일 수 있다는 것은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느는 세월호 추모 노래 '아직, 있다'에서도 읽혀진다.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 번 봐줘.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최근 한국영화의 트랜드가 되고 있는 폭력물 영화와는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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