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들을 이 땅에서 없앤다는 미명하에 자행되었던 국가권력의 야만적인 폭거,
제주도민 30만명중 사망자 3만여명, 160개 마을 가운데 100여개 마을 초토화,
소실된 가옥 2만여동 등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항과 학살이 일어났다.
그 때 그 곳 제주에는 인권도 정의도 공정도 없었다.
2003년 10월의 마지막 날. 마침내 정부는 4.3 영령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비로서 4.3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한 제주도민과 유족의 마음에 차갑게 덮여 있던
살얼음이 조금은 풀리는 날이었다.
'저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4.3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한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과거사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지.
대통령은 2006년 열린 제58주년 4.3위령제 추도사에서도 그랬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그랬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회복되고 상생과 통합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어놓은,
60년 가까이 제주도민을 옭아매어 온 ‘이념의 굴레’에서 해방시킨 대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p226,227
3박4일 일정으로 짐을 싸면서 5월에 가족과 함께 했던 제주여행시 독립서점에서 구매하곤 처박아놨던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 허영선 지음 ,서해문집-을 챙겼다.
여행중 짬짬이 시간을 내 읽었지만 결국 마지막 장은 집에 돌아와서야 넘길 수 있었다.
이번 여행중에는 제주 4.3평화공원도 들러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책을 사전에 다 읽고 찾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4.3은 다시 말하거니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역사다.
“‘4.3사건’은 당신들이 생활하는 동안 시시각각, 마치 날마다 이 세상의 일출과 일몰과도 같이 항상 존재하는 것”
이라고 한 중국 작가 위화의 말처럼,
4.3은 과거사가 아닌 아직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은 현재의 역사, 산 자들인 우리가 풀어야 할 슬픈 숙제다.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미국의 책임도 밝혀야 한다. p235,236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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