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집사람도 1박 여행을 떠나 적적한데 평소 같으면 캔맥주라도 따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생략했다.
몸 상태가 안좋은걸 몸이 먼저 느끼고 있다.
예전 같으면 그래도 무시하고 술 앞에 앉았을거다.
그렇게 소비한 억만겹의 시간이 누구에겐 그 만큼의 상처가 되기도 한게 미안할 뿐이다.
후회하고 그리곤 또 먹고 또 후회하고.....
반복된 악습이 계속되긴 하겠지만
몸도 느끼기 시작한걸 보면 폭주의 횟수야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 역시 세월에 장사는 없나보다.
찌뿌둥한 상태로 일어나 주섬주섬 먹거리와 약을 챙긴다.
어제 집사람이 '풍기민속떡집' 에서 사다 놓고 간 찹쌀떡 2개와 귤 2개, 사과 반 쪽,
커피는 내리기 귀찮아 냉장고에 있던 '프렌치 카페'로 아침을 챙겼다.
그리곤 라디오를 튼다.
788회 생활의 달인에 찹쌀떡 달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는데 떡 맛이 괜찮다.
인스턴트 커피의 홍보 문구를 읽어본다.
'진한 부드러움이 떠오르는 지금 카페오레'
찹쌀떡은 부드럽고 앙꼬는 달콤했는데, 오랫만에 느껴보는 차갑고 달콤한 커피 맛도 좋다.
집사람이 알면 한마디 했겠지만 커피로 약-6~7개-를 목구멍 안으로 털어 넣었다.
물 받으로 가는 귀찮은 일을 생략해서 좋다.
마침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가 좋다.
뭐지? 못들어본 가곡인데 내용이 좋다. 왠지 회환이 느껴지며 생각에 잠기게 했다.
언젠가 들어봤던 가사라 더 익숙하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못듣는가? 저 흐느낌 소릴/ 흰벌판 언덕에 내 우는 소릴
잠만들면 나는 거기엘 가네 / 눈송이 어지러운 거기엘 가네
노래가 끝나고 진행자의 멘트로 가곡 제목이 '밤눈'임을 알았다..
'밤눈'을 유튜브로 검색해 보니 송창식 '밤눈'의 노래 가사와 똑같다.
노랫말 '밤눈'은 내가 최애했던 고 '최인호 작가'의 시로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이 노랫말을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밤 썼다고 술회했는데
그는 어지럽게 내리는 눈발을 보면서 졸업을 앞둔 기쁨과 설렘보다는
세상에 나가는 두려움을 노랫말에 담았다고 했다.
가곡 '밤눈'에 대한 탄생 비화도 있다. 밤눈의 작곡가이신 배우 '강석우'님의 글을 옮겨본다.
<'밤눈'이라는 송창식의 노래를 참 좋아한다.
한동안 밤마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곤 했는데
어느 날 내가 진행하는 클래식 프로그램인 "cbs-FM의 강석우의 아름다운당신에게"에서
그 노래 얘길 하다가 가요인 '밤눈'을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런 밤들이 이어지던중 가사에 빠져 '밤눈'을 더 좋아하게 되면서
문득, 가곡으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작곡을 시작했다.
최인호 형님의 글인걸 알게 되었고 허락을 받기위해 안성기형을 통해
아드님 도단씨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어머님께 여쭤보겠다는 답을 들었다.
(야단났네.. 이미 거의 다 작곡을 마쳤는데...)
다음 날 아침 형수님께서 전화를 주셨고(가슴 떨리는 순간...) 나즈막한 목소리로
글 사용료는 안받을테니 곡을 잘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드리라는 허락의 말씀을 주셨다.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영화 '겨울나그네'의 대사나 상황도 그렇고 밤눈의 가사도 그렇고
최인호의 글에서는 슈베르트의 냄새가 난다.
또 한번의 경제성 없는(?) 바보같은 짓일지 모르지만 밤눈 가사에 곡을 붙였고,
녹음을 하고,영상을 만들고..이제 곡을 완성했다.
최인호라는 우리시대 최고 작가를 알고 있고 영화 '겨울나그네'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속 어딘가에 아직도 남아 있는 추억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 바라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전대의 아름다운 우리의 정서를 전해주며
아울러 최인호라는 감성 넘치는 작가와 함께 했으므로 행복하였노라고 자랑하듯 얘기해 주고 싶다
"야, 짜샤~!!" 하면서
"너에게는 '피리부는 소년'이라는 이름이 평생 따라 다닐거야"라고 예언처럼 말씀하시던
환한 미소띈 최인호 형님이 보고 싶다.
다섯번째 곡에 함께 해 준 바리톤 이응광,
편곡 이웅,기타연주 이미솔, 사진 김광수 정대영, 영상편집 최은광님께 감사드린다
2021. 4. 23 강석우 씀.'>
책꽂이를 뒤져 최인호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던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찾았다.
2011년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 당시 읽었을땐 내 기대를 충족하기에 실망스러웠던 내용으로 기억되는데
아마! 깊게 이해를 하기엔 내 능력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자문해본다.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2010년10월27일에 시작하여 같은 해 12월26일 끝난 작품이다.정확히 두 달만에 쓴 작품이다.
두달동안 나는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손톱 한 개와 발톱 두 개가 빠졌다. (중략)
그만큼 창작욕에 허기가 진 느낌이었고 몸은 고통스러웠으나 열정은 전에 없이 불타올라
두 달 동안은 줄곧 하루하루가 '고통의 축제' 였다.'
고 최인호 작가는 2013년9월25일 오후 7시10분에 투병 중 병세 악화로 사망하였다. 향년 67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다시 한 번 읽으며 작가를 그려봐야겠다.
유튜브 '밤눈' 캡쳐화면의 고 '최인호 작가' 생전 모습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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