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김민기'가 우리 곁을 떠났다.
빈소에는 낯익은 유명인들도 많이 보인다.
그중 슬픔을 억누르며 빈소를 지키던 배우 '설경구'를 보면서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12부작 시리즈 '돌풍'에서의 연기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김민기의 직접적 음악은 아니지만 관련성 있는 민중가요도 많이 삽입된 작품이다.
민주화의 도구, 평화의 도구, 개혁의 도구가 되겠다던 젊은 날 그들의 맹세는
세월이 지나면서 희석되어 간다.
민주화를 갈망하던 그들의 순수한 열정은
권력과 부의 달콤함 앞에서 자기 합리화에 빠지며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려는 자들이 있기에
대중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이리라.
나는 단 한 번도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 적이 없다
추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불의한 자들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라고
대통령 박동호(설경구 분)는 되내인다.
결국 힘겨운 싸운에서 자신의 죽음을 도구로 삼으면서 까지
'죄지은 자가 부끄러워 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꿈을 실현하려 한다.
비서실장 최연숙(김미숙 분)은 죽음을 맞기 위해 청와대 뒤편에 있는 언덕으로 오르는
그 모습을 상상하며 안타까운 맘으로 말한다.
'혼자 언덕을 오를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 예전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던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젊은 시절 민주화의 동지였던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와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이
서로의 목적을 위해 벌이는 암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이다'
박동호는 상대의 거짓을 누르기 위해 진실보다는 더 큰 거짓을 선택하고
항상 결과는 박동호가 한수위로 끝나는 듯 하다.
마지막 회 끝부분 흐르는 배경음악 '타는 목마름으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감옥에 수감되는 정수진은 그 옛날 민주화를 외치다 감옥에 수감되었던 그 자신의 환영을 본다.
그리곤 그때 벽에 새겨 놓았던 '민주주의 만세' 라는 선명한 글씨를 손으로 더듬다
주저 앉으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이 드라마를 보며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를 되묻고 싶었다.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의 마지막 가사는 절규하고 있다.
'타는 목마름 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불의를 이겨냈다는 엔딩만으로 모든 것을 답할 수는 없는 여운이 짙게 깔린다.
그저 인생의 무상함, 덧없음을 느끼게 한다.
'돌풍'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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