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차를 탈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와 더불어 런던에 대한 꿈이 현실로 바뀔 시간도 다가오면서, 데제생트는 권태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 역에서 달려가야
하고, 짐꾼을 차지하려 다투어야 하고, 기차에 올라타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침대에 누워야 하고,
줄을 서야 하고, 약한 몸에 추위를
느껴가며 베데커가 그렇게 간결하게 묘사한 볼거리들을 찾아 움직여야 하고…….
그렇게 그의 꿈들은 더럽혀졌다.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움직이며 다닐 필요가 뭐가 있는가?
런던의 냄새, 날씨, 시민, 음식, 심지어 나이프와 포크까지 다 주위에
있으니, 나는 이미 런던에 와 있는 것 아닌가? 거기 가서 새로운 실망감 외에 무엇을
발견할 수 있단 말인가?" 데제생트는 탁자에 앉은 채 생각했다.
"나의 유순한 상상력이 알아서 갖다 바치는 광경들을
거부하고 늙은 멍텅구리들처럼 해외여행이 필요하고, 재미있고, 유용할 것이라고 믿다니,
내 정신이 잠시 착란을 일으켰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대제생트는 짐을 챙기고 그의 별장으로 돌아가는 첫 기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집을 떠나지 않았다.
-알랭드 보통 "여행의 기술" 본문중에서-
백수생활 1년차 오십중반에 갑자기 엉뚱한 방랑기가 발동을 해 동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객기를 부린다
작년에 큰 딸이 다녀올 때 활용했던 Just Go 가이드북과 시립도서관을 찾아가 관심있는 책자를 뒤져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 카페 "[유랑]유럽여행의 든든한 동반자"의 생생한 정보들, 그리고 개인 블로거들의
사진과 함께 한 여행 이야기들은
여행 시작도 전에 벌써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여행기를 쓸 수 있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데제생트를 권태에 빠지게 한 동기
그냥 방구석에 앉아서도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힘들게 여행을 할 필요성이 있을까?
지금같은 정보화 시대에 간접 체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
수도 있는 건 사실이니까.
해외로 나가기가 지금 처럼 쉽지 않았던 시절 - 그래봐야 10여년 전이지만-
인터넷에
올라왔던 여행기들에는 어렵게 여행길에 오른 그들 특유의 감성에 찬, 그래서 읽는 사람들도 함께 공감하는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많았다.
그들을 통해 해외여행에 대한 대리만족도 얻을 수 있었고.
해외여행이 국내 여행 가듯
보편화 되면서 감성적인 여행기들이 사라져가는게 다소 아쉽긴하지만,
디카 보급화등으로 visual적인 측면에서 보면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눈의 즐거움을 제공하는게 시대적인 흐름인듯 하다.
하지만 비록 글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 곳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는 또 다른 나만의
그 무엇인가를 얻고 오려는 욕심이 여행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있지 않을까? - 예전이나, 지금이나 -
데제생트의 합리적인 듯 하면서도 논리적 괴변과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 무언가는 천양지차겠지만.
내 경우에는 이 번 여행을 생각하면서 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새롭고 가슴 설레게 한다. 한편으론 걱정도 되고 -철 없다는 소리도 듣지만-
특히 "유랑"을 통해
잘츠캄머굿에서 할슈타트의 대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
보다폰 유심칩 구입 후 직접 추가 충전 방법, kt 아이폰 컨트리 락 해제 후 통신상태 확인 방법
유료 어플 CityMap2Go로 길 찾기, 지하철 무료 어플 Metro등은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오늘은 여행자 보험도 들고 내일은 거래 은행에 가서 환전도 하고 짐도
꾸리고.
10월10일 부터 26일까지 初老의 겂없는 여행이 잘 마무리 되길 기원해본다.
그런데 이 나이에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 이유가 뭔지? 사실은 나도 모르겠다. 여행 마니아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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