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속도가 빠르면 그리고 하루 일정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걷는 편이라면
걸으면서 스쳤던, 아니면 같은 숙소에서 머물렀던 사람을 다시 보기는 어렵다.
단,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걷는 사람보다 인연을 만들기는 쉽다.
길은 외길이다.
길목에서 지키고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따라오지 못하게 빨리, 그리고 멀리 가면 된다.
참 쉽다.
점과 선만 있는 2차원적 삶 같다.
오늘 길에서 아이폰을 주었다.
분실한 나이 지긋한 아줌마보다 내가 걸음이 빠르니 쉽게 돌려줄 수 있었다.
그 사람이 걸음이 빨랐다면 찾는데 더 어려움이 있었을게다.
빠름과 느림이 경쟁없이 교차되는 세상이라면
카미노 위에서 느끼는 것처럼 인생 사는 맛이 나는 세상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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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5일차는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에서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 까지 33km를 걸었다.
2016. 5. 9.
오늘 첫 번째 도착할 마을이 카미노 프란세스중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가 가장 길다고 한다.
마음을 다잡아보며 이른 새벽 6시30분 숙소를 나선다.
일기 예보는 비 올 확률이 60%라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기온이 8도인데도 춥다.
알베르게 앞에 있던 순례자들에게 인기 많은식당이다. 입간판에 한국어 표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침들을 먹고 있는 순례자들의 창가에 비친 모습
강을 건너 도심을 빠져 나와서 보았던 산 소일로 성당이다.
1시간 정도 포장된 도로를 걷다 갈림길에서 비포장 도로로 들어간다.
걷는 왼 쪽 편으로 살짝 무지개가 뜨는 듯 했는데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았다.
10여 km정도 걸었을 때 만난 bar다. 영업을 시작하려고 불을 피우고 있었다. 입간판의 Oasis 맞는 말인 것 같다
이 구간에 1개 밖에 없는 그것도 간이 bar인데 지친 순례자들에게는 좋은 쉼터가 될 성 싶다.
나는 숙소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나왔기 때문에 그냥 통과했다. (10km, 08:20)
어제 성당에서 봤던 한국인 부분데 오른편에 있는 쉼터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곤 지나가는 나에게 쉬었다 가자며 청하는데 인사만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내가 6시30분도 안된 시간에 출발을 했는데 이 분들은 도대체 몇 시에 숙소를 나온건 지?
이 분들은 후에 포르투칼 여행 때 파티마에서 만나 통성명을 했고 신트라에서 1번을 더 마주쳤다.
이 구간에 지붕까지 갖추어진 단 1개 밖에 없는 순례자를 위한 쉼터다. (08:50)
동이 트고도 한참 지난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기온은 올라가지 않는다. 10도.
추위를 온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바람은 세차고, 지루하고, 다리도 아프고. 끝은 안 보이고.
빠른 속도로 걷기 3시간 만에 들 녁 저 편으로 마을 공동묘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 초입 왼 편에 알베르게와 bar를 같이 운영하는 곳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였다.
마을 이름이 칼사디야 데 라 쿠에사 다. (17.5km, 09:45)
bar에 앉아 창문 너머로 순례자들이 도착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지침과 안도의 표정들을...
레디고스까지는 자동차 전용도로 왼 편으로 난 갓 길을 따라 걷는다.
하지만 비로 인해 진흙창 길도 있을 때에는 아스팔트로 올라와 걷기도 했다.
레디고스 마을에 들어 온다. (23.5km, 11:20)
레디고스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자동차 전용도로 갓 길로 접어 들었다.
가끔씩 자전거 순례자들이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부엔 카미노를 외칠 뿐 도보 순례자들도 몇 명 밖에 없는 지루한 길을 걷는다.
집도 몇 채 밖에 없는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스 마을을 통과한다. (27km, 12:05)
앞에 가는 3명중 한 사람이 아이폰을 분실했던 분인데 세부부가 가볍게 산책을 나온 것 같았다.
모라티노스 마을에 도착했다. ( 30.5km, 12:55)
마을에는 오래된 포도주 창고가 있는데 음식물도 보관을 했었나 보다.
안내문에는 쓰레기를 버리거나 화장실로 사용하지 말라는 간곡한 당부도 하고 있다.
건물들은 흙벽돌로 지었는데 흙에 무언가를 섞어서 만든 것 같다. 우리나라 같으면 짚 같은건데....
마을 광장에 있는 산 토마스 성당이다.
오늘의 종착지인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를 가는 마지막 카미노는 확트인 전원의 풍경을 만끽하며 걸었다.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 마을에 들어왔다. (33km, 13:35)
중세시대에는 이 곳에 나병에 걸린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마을은 작고 조용했다.
산 니콜라스 성당이다.
성당 바로 옆에 있던 이 마을에 1개 밖에 없는 알베르게 Laganares다. (bed 9유로 , 저녁 10 유로)
1층은 bar, 2층은 숙소인데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뒷 뜰도 빨래를 널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
좋았던 알베르게 중 한 곳으로 기억된다. 오후에는 몇차례 소낙비가 내렸다.
1실에 2층 침대가 3개, 락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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