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오직 나만이 소유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침대뿐이다.
숙소에 도착 해 침대를 배정 받으면
침대와 베게에 사용할 수 있는 1회용 시트를 준다.
부직포 같은 느낌이 드는 하얀색 재질의 섬유 제품이다.
나의 침대를 확인하고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제공받은 시트를 정성들여 침대와 베게에 씌우는 것이다.
오늘 하루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했던 기억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줄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사실 2층침대를 배정 받으면 시트 씌우는 것 부터 시작해서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
일부 순례자들은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1층 침대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사립 알베르게에서는 그들의 편의를 봐 준다. - 공립 알베르게에서도 가능한 지는 확인을 못했다.-
아침에 숙소를 떠나기 전
대부분 순례자들은 자기들이 사용했던 침대를 깨끗이 정리한다.
시트를 벗겨 쓰레기 통에 버리고, 간혹 담요등을 제공하는 곳에서는 잘 개서 원 위치를 해 놓는다.
그렇게 나의 흔적을 지우곤 또 다른 순례자들을 맞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
그것은 아마도 가난한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해 주던 그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감사와 배려의 자발적인 표현일거란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는, 숙소를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그 많은 순례자들이 해 왔던 것 처럼, 그리고 어제도, 그제도..... 내가 해 왔던 것 처럼
나에게 편안한 안식을 제공해 주었던 침대를 깨끗이 정리하곤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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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6일차는 산 니콜라스 델 레알 카미노에서 렐리에고스 까지 38.5km를 걸었다.
당초 계획은 여기서부터 레온까지 3일에 걸쳐 여유를 갖고 걸을 계획이었는데
오늘 생각보다 많이 걸어 내일 레온 도착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2016. 5. 10.
잠자리는 편했는데 꿈도 많이 꾸고 이상스레 잠을 설쳤다.
동이 트기 전인 6시55분 숙소를 나서는데 숙소 앞 농가 벽에 그려진 농업용 차량 그림과 화분의 꽃이 앙증스럽다.
이 곳이 농촌 마을임을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어젯밤사이 비가 많이 내렸음을 입증이라도 하 듯 마을을 벗어나는 도로가 흙탕물로 넘쳐나고 있었다.
임시로 놓여진 듯한 징검다리가 고맙긴했는데
누가 이른 새벽에 부지런을 떨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마을을 벗어나 도로 옆 사잇길을 걷기 시작 할 때쯤 동이 트기 시작했다. (07:10)
사아군 초입에 도로를 건너 우측으로해서 시내에 들어가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길바닥에도 너댓개의 노란색 화살표로 강조를 하고 있었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할아버지가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쪽으로 가지말고 계속 직진을 하라는 것 같은데, 그것도 멈춰서서 나를 응시하며 나의 행동을 주시하는데 난감했다.
결국은 할아버지가 지시한데로 직진을 했다. 길바닥에 흐릿한 노란 화살표들이 보이는 걸 봐선 이 길이 구길 이었나보다
결국 우회전해서 시내로 들어가는 것보다 몇 백미터는 단축이 된 듯하다. 하지만 이걸 감사해야 하는 건지는...
사아군에 들어왔다 (08:05)
시내에 들어와 몇 분정도 걷지않아 다시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해 배낭에 커버도 씌웠다.
그리곤 카페에 들어가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08:35)
사아군 구도시에 들어오자 오래된 유적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 곳에서 하루정도 머물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여운이 많이 남는다.
17세기 수도원에서 만들었다는 산 베니토 아치다. 입구로 도로가 관통하고 있다. (7.5km, 08:40)
베네딕토 수도원이 있던 곳이라는데 잔해들만 남아 있다.
산 티르스 성당인데 사각형 탑이 특이하다.
카미노의 중앙 표지석이다.
산티아고까지의 중앙인지 아니면 피스테라까지의 중앙인지는 모르겠다.
멀리 지나 온 사아군의 도시 모습이 보인다.
칼사다 데 코토 (12.5km, 09:35)인근 인데 카미노가 2개 루트로 갈라지는 표시가 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 -나역시 마찬가자다-은 레알 카미노 프란세스라 명명하는 길을 택한다.
페랄레스 성모성당 을 둘러싸고 있는 유채꽃이 아름답다.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카미노 마을에 들어왔다. (18km, 10:35)
엘 부르고 라네로 마을이다 (25.5km, 12:05)
마을 중앙에 위치한 산 페드로 성당의 모습이다.
카페들도 여럿 보였다. 어느 카페로 들어갈까 망설이며 걷다가 그만 동네를 벗어났다. 그만큼 작은 동네였다.
멈추고 다시 돌아가야 했는데 걸어온 길이 아까워 그냥 걸었다.
이곳에서 쉬던가 아니면 점심이라도 먹고 다시 걸었어야 했는데
배낭속엔 물 반병과 사과 1개, 바나나 1개가 전부였다.
허기까지 느껴가며 정오 시간 부터 걸은 13km는 새삼 느끼는 순례자의 길이었다.
덥고,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인적도 거의 없고.....
걷는 내내 길 양 편으로는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은 평야 지대다.
멈출걸, 밥이라도 먹고 올 걸 힘들수록 내가 한 행동에 짜증이 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수없이 피어 있는 꽃들을 보는 거 였다.
멀리 좌측으로 동네가 보였다 (13:55)
동네를 통과 할 줄 알았는데 도로에서 1km이상 들어가야 했다.
동네로 들어가는 입구에 쉼터가 있어 신발까지 벗고 휴식을 취했다.
나처럼 지쳐서 찌들은 표정의 젊은 친구가 먼저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를 보니 위안이 된다.
상대성이긴 하지만 그 친구가 나보다 더 힘들어 보였기 때문일게다.
렐리에고스 마을에 진입하기 직전 괜찮아 보이는 알베르게가 있었다.
한숨을 돌리며 무조건 바에 들어가 생맥주 1잔을 그것도 큰 잔으로 단숨에 들이켰다 (38.5 km, 15:55)
1박을 한 Piedras Blancas2 알베르게다. (bed 9유로)
사설 알베르게였는데 1실에 1층 침대만 6개가 놓여 있다. 대부분 이층 침대로 작은 공간에 많은 순례자들을 수용하려하는데
공간의 여유가 있나보다. 침대가 있을 윗 공간이 확 트여 있으니까 방 전체도 넓고 시원스레 보인다.
벌써 여자분만 5명이 들어와 있었고 중간에 1개만 비어 있었다. 다른 방은 없단다.
내가 오늘 많이 걸었고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동네로 더 들어가면 다른 숙소도 있겠지만 피곤도 하고 이 숙소가 맘에 들어 그냥 결정을 했다.
프랑스에서 온 4명의 아줌마들이 같은 방을 사용했는데 레온 근처까지 100여km만 걷는다고 한다.
서로 친구라는데 그들의 떠뜨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4명 모두 얼굴 전체에 즐거움이 가득했고 장난끼도 많았다.
저녁을 먹으며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이 방의 청일점인데 술에 취해서 일찌감치 자는게 상책일 듯 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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