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황량한 겨울바다를 차창으로 보여주며 달린다.
그리곤 오타루의 어느 마을.
마치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시작되는 설국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영화에서 기차가 달리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멀리 떠나고픈,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구?
경적을 울리며 기차가 떠나간 자리, 철로는 늘 공허하기만 하다,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현실에 커밍아웃보다는
도피를 선택한 그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말해야 할까?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점철된 20여년간의 피폐한 삶은 결코 보상이 될 수 없었다.
'겨울의 오타루엔 눈과 달, 밤과 고요뿐이거든
너도 마사코 고모와 나처럼 분명 이 곳을 좋아할 거야.'
윤희에게 보내는 쥰짱의 편지 내용 속에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단면을 엿 볼 수 있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수 없이 나오는 고모의 독백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를 내포하고 있다.
가능하지 않은 것을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막막함에 대한 일종의 주문이란다.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고백하며,
숨기며 살았던 것이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해 숨기고 살라! 충고하는 쥰짱의 모습에는
형형키 어려운 슬픈 감정이 묻어난다. 받아 들여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웃음을 모르고 살아왔던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다는 윤희,
사실 우리는 잘못한게 없다. 이제는 용기를 내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윤희가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 내용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20여년간 말못하고 가슴에만 묻었던 그리움을 이제는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윤희 딸 새봄 역을 잘 소화한 배우 김소혜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회적 약자들이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기에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고, 험하다. 답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그져 막막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가닥 희망을 본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또 변해야하니까.
윤희에게 (Moonlit Winter) , <감독, 임대형, 김희애,김소혜,성유빈,나카무라 유코,키노 하나-2019->
202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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