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성당에 계신 수녀님을 뵈러 먼길을 찾아서 갔다.
월요일 닫힌 성전문을 여시고 제대 앞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며 성당 소개도 하신다.
작년 주님봉헌축일(2020.2.2) '가톡릭 마산 2394호' 주보에 실린 본당순례 '부활 감수성 월영성당'도 건네신다.
조정자 이사벨라 자매님의 글인데 감성을 뺀 내용을 요약해본다.
통일의 상징, 성모자상
북한 황해도산 화강석으로 만든 160cm 규모의 좌상으로 성당 마당에 모셔져 있다.
성당 교우이신 경남대 임형준 교수가 평양미술대학 출신 조각가들과 공동으로 제작했는데
종교적 조형물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성모자상이 아닌 모자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다.
북한에서 만들고 남한에 설치되었다.
살아서 보시는 주님
대성전에 계시는 예수님을 최고로 섬기고 싶어서 당시 사제는 작가에게
'살아 계신 예수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도록 표현해 달라 '고 주문하셨다 한다.
그래서 옆구리의 상처를 새기지 않고 고상에 황금을 입혔다.
좌우 유리창의 스테인글라스도 이와 연결해서
오른쪽은 새벽을 상징하는 푸른색, 왼편은 해질녁의 노을을 담았다.
예수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의미이다.
나는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3악장중 제1악장을 좋아한다.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듯한 달빛의 수줍음이 느껴져서다.
수줍은 달빛(월광)에 길게 드리워진 월영(달그림자)를 생각해본다.
달빛이 양이면 그 빛을 받아들여 토해내는 달그림자는 음일수 밖에 없고 수동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월영성당의 달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발광하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역동적이다.
이 지역 명칭인 월영은 신라시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사상가였던 최치원이 말년에 머문 곳인데
신분제도의 벽을 넘지못하고 좌절했던 비애와 천재성이 응집해 승화된 이름이라고 적고 있다.
바다가 매립되고 그 위에 수천 세대의 아파트가 운집한 상전벽해의 땅에 성전이 들어섰다.
없음에서 있음으로 이어가는 중심에 사람이 있었다.
수녀님이 덧붙이신다.
성당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시는 교우분도 많으시고, 이 지역도 경남대학교가 근처에 있어서 hot place라고.
'예수님의 죽음이 신앙의 근간이라면 부활은 삶의 방향이고 그 삶은 밝고 활기차야 한다는 본당 사제의 말이
이제는 월영의 이미지가 되었다'는 글에 완전 공감한다.
월영성당 성전에 들어서면서 커다란 황금빛 십자고상에 당혹했던 나의 선입견을 지워야겠다.
왜 우리는 고난 받으시는 예수님만 뵈어야한단 말인가?
오늘은 성 금요일이다. (2021. 4. 2) 일년중 제대에 십자고상이 없는 유일한 하루다.
그러면 내일은? 부활 대축일 하루만이라도 십자가에 못박히지 않은 예수상을 볼 수는 없을까?
부활을 축하하면서도 역시 제대에는 고통받고 있는 예수님이 계신다.
쓸데없는 소리를 주절거렸다.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것들이 뭐 그리 중요하랴!
그러자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요한 20:29)
본당 설립일 : 1998년 1월 20일
주보성인 : 성 야고보 사도
마산교구 월영성당
2021. 3.29.
1층에 있는 소성당의 모습이다
대성전은 2층에 있다.
오른쪽은 새벽을 상징하는 푸른색 스테인드 글라스다,
왼편은 해질녁의 노을을 담았다.
'가톡릭 마산 2394호' 주보에 실렸던 월영성당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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