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치고는 많은 비가 하루종일 내리는 '어린이날'이다. 오기로 했던 외손녀 -아직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어린 나이지만-는 감기가 심해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한다. 최근 뉴스로 접하는 '소아과 대란'이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진료를 위해 몇시간을 대기해야하는 불편이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라 소아과도 많다는데 그 지경이니 지방 중소도시는 애키우지 말라는 말밖에 안된다.
‘아이들이 줄고 있다' 이제 저출산문제는해결책이 난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육아정책은 아기엄마에게 맡기라'는 냉소적인 말을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정책들이 실효성을 얻지 못했다. '전제국가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이 문제만큼은 통제적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다.' 유치원에 아이를 넣기 위해 집사람과 번갈아가며 줄을 섰던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건 희망적인 일이였다. 아픈 아이를 안고 병원 줄을 서야하는 웃픈 현실이 그저 참담할 뿐이다.
집에 있기가 적적해 외식도 할겸 집사람과 '송계계곡' 쪽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비를 흠뻑 머금은 연두빛 세상은 맑고 투명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를 맞기가 귀찮아 포기했다. 집사람이 최애하는 '덕주골산장' 은 이외로 손님들이 붐볐다. 모두 우리 같은 마음들을 가진 사람들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 날 아이들은 어디로 간걸까? 야외행사들은 모두 취소되었는데 실내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곳들을 찾아간걸까?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들었지만 해답은 찾지 못했다. '능이버섯전골'을 시켰고 막걸리도 한 병 주문할까 하다 참았다. 오늘같은 날은 맨정신으로 보는 신록의 세상이 더 감흥을 줄 것 같아서였다.
돌아오는 길에 막걸리를 한 병 샀다. 집에 재워둔 여러 종류의 술보다는 막걸리가 땡기는 날이다. 집사람은 '도토리전'을 몇장 부치곤 다녀오면 또 부쳐줄테니 맘껏 먹으라고 하면서 미사를 드리러 갔다. 비는 그치지 않고 어둠은 더욱 짙어진다. 오징어를 듬뿍 집어넣은 도토리전도 맛있고 막걸리도 구수하다. FM을 통한 음악소리도 좋다.
오늘 저녁은 내가 어린이가 된 듯한 어린이 날을 보낸다.
도토리전과 막걸리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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