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기제를 기일 직전 토요일에 지낸다. 몇년 전 부터는 어머니도 함께 모시기로 했다. 설날, 추석때 차리던 제사상도 성당 미사로 대신하고 상차림도 없앴다. 이제 상차림은 오롯이 아버지 기일만 한다. 남자인 나도 상차림으로부터의 해방이 이렇게 홀가분한데 집사람이야 오죽할까? 아니 어쩌면 집사람은 그 반대일 지도 모른다. 얼마전까지도 상차림을 고집했던게 집사람이니 말이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이 맞는걸까?
이번 주 토요일이 기제라 이틀 쉬는 동안 어제는 벌초를 하려고 했는데 하루종일 비를 뿌려대는 짖궂은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면 생략할까도 생각했는데 다행히 이른 아침 날씨가 흐리기만 하지 비는 오지 않았다. 서둘러 아침을 먹곤 집사람이 출근하기 전 함께 가서 반은 뜯는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는 벌초를 끝냈다. 예초기도 션찮고 낫도 그 못지 않게 날이 무딘데 벌초 때 마다 이번에는 날을 갈아야지 하면서도 또 지나치고 만게 벌써 몇번짼 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어머니,아버지 합장묘 1기라 다행이려니 생각한다. 사실 어머니가 먼저 가신 후 10년 이상 벌초는 아버지의 몫이였기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내가 아니면 누가?가 되고 말았다. 이 역시 장남이기에 챙겨야하는 몫인지도 모르겠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처음 벌초하러 갔을 때 부인의 벌초를 하러 오셨던 어떤 노인 분이 나의 모습을 보고는 얼마나 딱했으면 예초기를 빌려주려 하셨을까? 하지만 사용법을 모르니 나에겐 무용지물이였다. 결국은 그 날 노인분이 내 몫까지 책임지셨던 기억은 잊혀지질 않는다.
집사람은 벌초하는 나의 뒷모습을 찍어 아이들에게도 보냈다. 어쨌튼 기제 전에 말끔하게 정돈된 산소를 보니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충주 요셉공원
-사진 속의 벌초를 한 듯 보이는 오른쪽의 묘는 누군가 이장을 해 간 후 정리가 안된 비어있는 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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