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년살기를 해보자'
몇년전부터 생각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왜 가려고 하는데? 지인들은 궁금해 했다.
집사람도 탐탁치 않게 생각했고 한달 정도면 괜찮치 않겠냐고 회유도 헀다.
제주에 대한 환상? 아니, 그런건 없다.
제주를 처음 찾은건 대학교 여름방학 때 군용텐트까지 짊어진 보름간의 일정이었다.
올 여름이면 정확하게 46년전 일이다.
목포까지 기차로 8시간, 또 제주까지 배로 8시간, 지금 유럽 여행보다 더 긴 이동시간이였다.
그 이후 길게는 4박5일, 짧을 땐 1박2일로도 수없이 제주를 찾았는데
그때마다 느꼈던 아쉬움은 부족한 듯한 일정이였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부터의 시작은 돌아갈 일정을 염두에 둔 서두름, 즉 여유가 없었다.
제주에서 1년 정도라면 시간의 구속으로부터 어느정도는 해방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왜 가는데에 대한 이유중 하나다.
그럼, 제주 어디쯤에서 살아볼까?
타운하우스 같은 곳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고 지금의 리듬으로 장소만 옮기기를 원했다.
그래서 1순위로 생각했던 곳이 서귀포 혁신도시에서의 아파트 생활인데
제주의 북쪽보다는 남쪽 그리고 생활이나 교통의 편리성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제주 오일장 신문의 부동산 정보와 제주 생활에 대한 웹 서핑도 주로 이곳에 포인트를 맞췄다.
하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지역이 되고 말았다.
나이가 들어도 팔랑귀의 본성은 고쳐지지 않나보다.
-하지만 꼭 나쁜건만은 아니지 않나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보긴 한다-
부동산 직원이 추가로 구경만 해보라던 집이였는데 결정을 했으니 말이다.
우리에게는 모슬포로 더 잘 알려진 대정읍 하모리에 위치한 필로티 구조의 7년된 5층 연립이다.
우리가 살 집은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있어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
방3, 화장실2개에 쇼파, 침대등 가구와 대부분 가전제품등이 갖추어진 풀옵션이라
이사 갈 때 가져갈 것들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좋다.
노부부 둘이 살기에는 충분한 조건이다. -아니 사실은 필요 이상으로 넓은 편이다-
거실에서는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였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 하여 삼다도(三多島)라고도 불리웠던 제주도.
그중 대정읍은 제주에서도 가장 바람이 심하게 부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과연 그 바람을 견디어 낼 수 있을까? 가장 큰 걱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잠시동안 주변을 둘러보면서 제주스러움을 간직한 정겨운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많은 얘기를 해 준 두 딸들의 조언도 결정을 하는데 보탬이 되었다.
'제주 시골에서의 삶'
성당도 가깝고 읍내와 시장 역시 가깝다.
바닷가도 걸어서 10여분 거리다.
추석은 집에서 보내고 그 다음 주 9.25일부터 1년간 임차하는 걸로 오늘 최종 연세 계약을 했다.
보통 이사를 계획한 한 달여전쯤 부터 집을 구한다고들 하니 다소 이른감은 있지만
두달여 시간동안 천천히 준비해 가며 새롭게 맞이할 또 다른 일상을 꿈꿔본다.
거실에서 바라 본 바닷가 풍경 -멀리 중앙에 보이는 섬이 마라도고 그 앞 길쭉한 섬이 가파도다-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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