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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22일차-'하모해수욕장'을 전세낸 외손녀 '채이'

노부부 제주1년살기

by 僞惡者 2024. 10. 1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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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노인을 모시는 공간에서 만나는 젊음은 가뭄 끝에 찾아온 단비 같다.
누가 '요새 젊은이들은 버릇없다'고 했던가?
반문하고 싶다.

리스본에 있는 작은 딸은 블로그를 보고
'장모님 모시느라 고생하신다'고 카톡을 보냈다.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집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95세 노인의 삶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은 제주살이 이상의 큰 경험이다.
육체적으로는 어렵지만 정신적인 삶의 건강함은 존경스러울 뿐이다.

오늘은 대정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아침에 집사람과 함께 김치거리를 사러 장에 나왔을 때 
장모님 점심은 전복보말칼국수를 사다가 더 끓여서 드릴 생각이었는데 휴일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통했는 지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짜장면을 드시고 싶다 한단다. 
빠르게 검색하고 결론이 난 대정오일장 옆에 위치한 '오일장반점'에 주문하고
짜장면 대신 간짜장으로 대신했는데 장모님이 드실 면은 집에서 다시 한 번 삶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가 없으시기 때문 외식하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 직접 요리가 아니면 외부 음식은 가져와 한 번 더 가공을 해야 드실 수 있다.
음식 가려 먹는 나를 위해선 검색에서 확인 할 수 없는 디테일한 부분을 전화로 확인해 메뉴를 골랐다.
내가 할 수 없는, 아니 하더라도 더딘 일들을 신속,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그들 젊음이 부럽다.
또 부모라고 할머니라고 세세히 챙기려 하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점심을 먹고 오후 시간 4세대가 하모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모래사장에 돗자리 깔고 접이식 의자도 3개나 폈다.
장모님은 의자에 앉아 계셨다.
채이 또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도 많았는데 이 놈은 거침이 없다.
물에 뛰어들고 백사장을 달리고 그것도 성에 안 차 모래밭을 뒹굴고 정말 원맨쇼를 했다.
하모해수욕장이 자기집 놀이터쯤 된 것 처람 신나게  놀았다.
에너지가 넘쳤다.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생각이 났다.
오일장 끝나기 전에 가서 갈치를 사기로 했었는데..
결국은 오일장을 세번이나 갔다. 이번에 가서는 지숙이네 호떡도 사왔다.

저녁은  갈치구이와 참치조림으로 또 한라산1병을 마셨다.
그렇게 난리법석을 쳤는데 멀쩡 할 수가 있나? 채이는 대자로 뻗어 곤히 잠든 밤이다.

하모해수욕장의 채이
2024.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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