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온지 한 달, 빠르게 흘러 왔다.
한 달을 보내면서 지난 시간을 쪼개어 본다.
그 빠름 속에서도 더디게 흐르는 또 다른 관념의 시간도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나에게는 군에서 보낸 시간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지금은 장모님과 보내기로 약정된 한 달의 시간 역시 더디게만 가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나고 나면 덧없는 생각이고 더 많이 기억될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제주에서 넉넉한 시간을 보장 받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긴 하지만 .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이 단 하루든, 한 달이든, 그리고 나처럼 1년이든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닌 마음의 질적 여유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르타는 성당에 가고, 장모님은 처제가 보낸 밤의 껍질을 까고 계시고
나는 청소기를 돌린 후 물걸레질은 자동청소기에 맡겨놓곤 PC앞에 앉았다.
그리곤 창 밖을 바라본다.
어제는 구름이 많이 떠 다니는 파란하늘이었는데 그 많던 구름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전형적 가을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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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성지' 3시 도착이라는 연락에 '마르타'는 마중나갈 준비를 한다.
어제 기다림에 지쳐 오늘만큼은 빠지려 했는데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결국 동행하고 말았다.
오늘은 '대정성지'를 거쳐 '용수성지'에서 미사까지 드렸다.
무려 69명이나 되니까 중주에서 온 순례자만으로도 성당은 만석이 되었다.
오늘따라 연신부님의 강론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는데
일정에 서운함을 갖는 순례자들의 마음을 다독이려는 의도도 있어 보였다.
저녁 식사 장소는 모슬포항 방어의 거리에 있는 식당이다.
어짜피 집으로 오는 길이라 신부님과 헬레나 자매님만 우리 차로 식당까지 모셨다.
단, 장모님께 저녁 식사를 챙겨야 하니까 더 이상 함께하는 자리는 사양 할 수 있는 명분이 섰다.
순례팀이 도착하기 전에 자리를 떠나면서 신부님께 강복을 받았다.
연신부님은 내게 세례를 주신 분이다. 큰 딸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에서 한 달을 보내며 받은 생각치 못한 은총이다.
오늘따라 석양이 곱다.
아마도 순례팀이 도착해 노을 빛을 보면 하루의 피로를 잊게하는 선물이될게다.
나 역시 집에 들어 와 소주 한 병을 게 눈 감추듯 비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달을 마감한다.
대정성지 야자수나무길을 지나면 정난주마리아 묘소가 있다.
2024. 10. 24.
대정성지에서 충주순례팀의 모습
성지 옆 올레길 11코스에서 바라 본 야자나무, 한라산 정상이 나무 사이에 걸쳐 있다.
용수성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신부 제주 표착 기념성당에서 충주순례팀을 대상으로 연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셨다.
물론 우리를 포함한 몇 분은 아니였지만.
성 김대건 안드레아신부 제주 표착 기념성당 측면이다.
거실에서 바라 본 오늘 점심 무렵 바다의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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