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폭설로 몸살을 앓은 하루다.
제주도도 산간지역에 대설경보가 발령되고 1100도로와 5.16도로는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
여기는 눈은 오지 않지만 거센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눈뎦인 한라산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하루종일 운무에 가려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루종일 집에 처박혀 어제 사온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꿈에서 시작된 소설은 마지막 역시 생과 사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끝을 맺었다.
'경하'와 '인선'이 촛불을 넘겨주고 다시 넘겨받기를 반복하던
중산간 작은 마을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이 시간에 중산간 작은마을에는 그때처럼 폭설이 내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멀리 중산간을 바라보며 하얀 눈이 쉴새없이 퍼 붓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젖먹이 아기도?
절멸이 목적이였으니까.
무엇을 절멸해?
빨갱이들을, -P220-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은 제주에서 끝나지 않고 육지까지도 이어졌다.
아직도 희생자들의 유해발굴과 명예회복은 진행중이다.
2025년도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슬로건은
'4.3의 숨결은 역사로, 평화의 물결은 세계로!'가 최종 선정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잊지않고 기억하겠다'로 치환해도 같은 의미일까?.
어떤 기쁨과 상대의 호의에도 마음을 놓지 않으며, 다음 순간 끔찍한 불운이 닥친다 해도
감당할 각오가 몸에 벤 듯한, 오래 고통에 단련된 사람들이 특유하게 침통한 침착성 - P99-
가슴에 와 닿는 문장이다.
맺힌 한을 가슴 속 어딘가에 숨기고 살아야만 했던, 그리고 현재도 진행중인
제주도 사람들 특유의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살암시믄 살아진다'-살다보면 다 살게 된다-는 제주 방언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책 '작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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