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흙..밭이랑..
가을 걷이가 끝 난 비탈 자락으로 비스듬이 쏟아지는 햇빛의 거친 입자들이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결에 부딪히며 유리알처럼 잘게 쪼개져 빛을 토해내고 있다. 밭이랑의 곡선이 유영하듯 부드럽게 흐르며 어머니의 품 속처럼 포근하게 주변을 감싼다. 잠시 발 길을 멈추고 살포시 눈을 감아본다. 빛을 머금은 흙내음이 정겹게 코끝을 자극하고 있다. 수확이 다 끝나고 남아 있는건 아무 것도 없는 듯 한데 마음 가득 풍요로움을 느끼는 건 결코 감성만이 아닐게다. 땅은 나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오는걸까? 많은 생각들.... 하지만 어렵다. 갑자기 모든 사고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머리속을 하얗게 표백해버린다. 나의 유한적인 사고로는 한계에 부딪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져 오감에 의지하며 그 앞에 무릎 꿇고 경건..
사진이 있는 이야기
2008. 11. 25. 19:46